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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외무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인들에겐 그들만의 정장이 있다”는 제목으로 여러 사진을 게시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인스타그램 게시물 갈무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8일 미국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으로부터 공개적인 면박을 받고 옷차림까지 조롱받자, 우크라이나에서는 그의 복장을 옹호하는 밈이 급속히 번지며 미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2일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정장이 있다”라는 제목 하에 작업복을 입고 전시 상황에서 고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진들을 게재했다. 피투성이 수술복을 입은 의사, 전투기 조종사, 폭격으로 폐허가 된 잔해에서 피해자를 구조하는 구조대원들, 구급복을 입은 여성 의무병, 폭격당한 발전소에서 일하는 기술자 등이다. 마지막 사진은 의족을 착용한 두 남녀가 걷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수십만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집과 가족들을 지키려고 멋진 사무복을 군복으로 바꿨다”며 “전쟁 와중에서 우크라이나 정장은 다 다를 수 있으나, 그 모두는 최고의 품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 포스트는 소셜미디어에서 5만여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널리 공유됐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를 보도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도 호응하고 있다.

동반자가 전사한 전투기 조종사였던 멜라니야 포돌랴크는 “우리가 모두 정장을 입으면 러시아가 학살을 멈추냐?”라는 플래카드를 든 여인의 사진을 올렸다. 우크라이나의 코미디언 안톤 티모셴코는 최근 한 모임에서 양말 위의 다리를 드러난 모습을 하고 앉아있는 제이디 밴스 미 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이런 사람들이 정장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평을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와 폭격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정장을 입지 않고 작업복과 군복을 입어왔다. 외국 정상과의 만남이나 국제회의에서도 작업복 차림을 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28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 중 공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그는 지난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로부터 “오늘도 잘 차려입었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또, 정상회담 개회식에서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가장 반대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남자친구인 극우 매체 기자로부터 “왜 정장을 입지 않냐? 이 나라의 최고위 사무실인데 정장 입기를 거부한거냐?”라는 힐난성 질문도 받았다. 이에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나면 당신보다 더 좋은 정장을 입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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