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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5일 만에 공급 제약사 이탈
약사 불매 운동 언급에 제약사 눈치
“오프라인 시장 주도권 경쟁이 이유”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 내부.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으나, 판매 시작 5일 만에 공급사 중 한 곳인 일양약품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뉴스1


일양약품이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출시한 지 5일 만에 매장에서 철수했다. 다이소용 건기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면서 약국이 그간 폭리를 취해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약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제약업계는 약사들이 표면적으로는 가격 차이를 이유로 건기식의 다이소 진출을 막고 있으나, 실제로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매장 200곳에서 일양약품과 대웅제약의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총 26종, 일양약품은 9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종근당건강도 이달 다이소 입점을 예고하면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저가 정책을 유지하는 다이소의 특성상 한 달치 건기식 가격은 3000~5000원으로, 약국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던 제품과 비교해 매우 저렴하게 책정된 덕이다.

약사들은 다이소용 건기식 판매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제약사들이 약국보다 저렴하게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제약사가 약국 제품과 다이소 판매 제품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숨기면서 약국이 제품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일양약품은 다이소 시장에서 손을 뗐다.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도 다이소 시장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약사들의 주장대로 약국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건기식은 다이소용 제품과 성분 함량이 다르거나, 성분이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약국 제품 가격이 싸다.

일양약품의 ‘홈데이 칼마디 아연망간’의 경우 기존 제품과 다이소용 제품의 성분은 같지만 가격은 각각 2만5000원~3만원, 5000원으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다이소용 제품은 용량이 기존 제품의 6분의 1 수준으로, 알약 1정당 가격은 기존 제품이 69~83원, 다이소용 제품이 83원으로 기존 제품이 더 저렴하다.

다이소용 제품이 저렴한 경우에는 성분 구성과 함량에서 차이가 있다. 다이소용 비타민 제품인 ‘올데이 비타민C 1000㎎’은 가격이 3000원이고, 같은 회사의 비타민C 제품인 ‘속편한 비타민C 프리미엄’은 2만5000~3만원이다. 정당 가격도 다이소용 올데이 비타민C 1000㎎은 100원이고, 속편한 비타민C 프리미엄 제품은 200원으로 2배가량 비싸다. 반면 다이소용 제품은 주요 성분으로 비타민C 한 가지만 넣었다. 약국 판매 제품은 비타민C와 함께 비타민D, 아연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다.

약국으로선 성분이나 정당 가격을 따지면 다이소에 밀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약국에서 건기식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 한국건기식협회에 따르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이다. 이중 온라인몰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약국 비중은 3~4%에 머무른다. 실제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기식 대부분은 환자 상태에 따라 구성하는 ‘맞춤형 건기식’으로, 이를 고려하면 일반적인 건기식 매출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약국업계가 건기식의 다이소 진출에 반대하는 것은 오프라인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약국서 판매하던 염색약이 다이소에서 팔리면서 약국 시장이 완전히 위축된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기식과 지난 염색약 사태를 돌이켜봤을 때, 약국업계는 이미 대세가 된 온라인 시장보다 다이소 같은 오프라인 시장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이다.

약국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건기식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기식이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나, 한 번에 여러 제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대형마트와 약국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특히 건기식을 구매하면서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수도권에서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전체 약국 매출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단골 대부분 건기식을 구매하러 온다”며 “다이소에서 건기식 구매가 가능해지면 그만큼 약국 손님들이 이탈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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