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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대출 인수로 부담 누적에 유통 불황 '직격탄'
홈플익스프레스 매각 중단…고려아연戰에도 여파 전망
MBK "펀더멘털 문제 없어…개시되는 회생절차에 적극 협조"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매장은 정상 운영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송은경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회사 소유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홈플러스는 MBK가 2015년 7조원대 거액에 인수했지만 이후 재매각이 계속 미뤄지고 재무 부담이 산더미로 쌓여 MBK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 왔다.

특히 MBK가 애초 5조원 안팎의 빚(레버리지)을 지며 인수해 상환·이자 등 비용이 장기간 회사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부상과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 업계 전반이 침체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4일 금융투자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단계 떨어진 뒤 대금 지급 불능 등 파국을 막고자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신용등급 강등으로 운영자금 대출까지 줄어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 회생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신청 취지다.

회사 측은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이미 작년 11월부터 납품업체의 선택에 따라 한두 달 뒤 대금을 지연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현재 약 2조원에 달하고 지금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로는 설비투자, 임차료, 자본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버겁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MBK는 2015년 영국의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으며, 당시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상 최대 바이아웃(Buyout·재매각 목적 기업인수) 거래로 주목받았다.

MBK는 인수 비용 중 2조2천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이 레버리지는 홈플러스 운영에 큰 짐이 됐다. 비용을 줄이고 일부 매장을 팔며 수익성을 개선해도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이 성과를 상쇄하며 회사가 계속 쪼들리게 된 것이다.

홈플러스 매장은 2019년 140개에서 현재 120여개로 대폭 줄었다.

유통업 자체의 불황도 겹쳤다.

대형마트가 원래 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은 데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로 오프라인 고객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추락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2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천602억원과 1천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 폐점 매각 저지 위해 카드 끌고 거리로
(서울=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당시의 부채는 현재 수천억원대로 거의 다 정리됐지만 업황 악화로 운영자금 대출과 매장 장기 임대료 등의 금융 부채가 계속 쌓이는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회사가 고전을 거듭하며 MBK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인수 후 9년이 넘도록 전망 자체가 불투명했다.

MBK는 작년 6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별도 매각하는 방안을 돌파구로 내놨으나, 이도 지금껏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지난 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회사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린 것이 '홈플러스호'를 좌초하게 만드는 암초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면 홈플러스의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수단인 기업어음(CP)의 시장 수요가 급감해 자금 경색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소유주인 MBK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등 PEF로서의 위상과 평판이 실추될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 등 홈플러스 구성원들과의 내홍은 종전 사업 개편과 매각 추진 때보다 훨씬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은 최근 인수 희망 업체의 실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회생절차 개시로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MBK가 참여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정 다툼을 벌이고, 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MBK는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온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비철금속 제련 업체다. MBK는 최 회장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며 작년 9월부터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연대해 회사 경영권 확보를 추진해왔다.

MBK 관계자는 "법원이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만큼,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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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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