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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온라인 재편' 대응 못하고 휘청
10년간 매출·점포·직원 모두 감소
그로서리 특화 리뉴얼 효과도 미미
지연이자 조건으로 대금 늦게 줘
자금난 속 협력사 3000곳 불안감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매출 기준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1만 95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은 물론 물건을 납품해온 약 3000개의 협력 업체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향후 대금 정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10년간 유통산업 구조가 온라인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된 것이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규 점포를 출점한 것이 2016년일 정도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온라인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되기 전인 2014년(2014년 3월~2015년 2월)과 비교해 실적과 외형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인수 전 8조 5682억 원에서 2023년(2023년 3월~2024년 2월) 6조 9414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94억 원에서 -1994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MBK는 점포 폐점 및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을 취했지만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및 이자 비용으로 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대형마트가 점포를 매각하고 난 돈은 차입금을 갚거나 신규 점포 오픈 등에 활용한다”며 “홈플러스는 2016년 파주운산점 이후 신규 출점한 점포가 없다”고 했다. 인수 전 MBK가 약속했던 1조 원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기는커녕 회사의 외형만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자금난은 더 심화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납품 업체를 대상으로 지연이자를 조건으로 대금을 한두 달 뒤 지급해주는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는 유통업 특성상 이례적인 행보라는 지적이다. 수천 개에 이르는 협력 업체들이 ‘티메프 사태(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물건을 직매입해 운영하는데 이번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중견·중소기업들이 홈플러스에 물건을 들이려고 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코로나 이후 바뀐 소비 트렌드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면서 근본적으로 경영난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이달 1일 성명을 통해 “온라인 소비 증가와 근거리·소량 구매 트렌드 확대 등 대형마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단기적 자산 매각에 의존한 결과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유통 업체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은 온라인에서 나올 정도로 국내 유통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e커머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의 비중은 11.9%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트렌드에 기반해 지난해 쿠팡 매출액이 10조 원 뛰는 동안 홈플러스는 3000억 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쿠팡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독주하고 알리·테무 등 중국 업체까지 한국 유통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유통 시장의 강자로 손꼽혀온 업체까지 문을 닫을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대형마트·백화점 등 다른 유통 업체들도 우려스럽게 보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홈플러스에서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고려해 2022년부터 그로서리 특화 마켓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점포 매각으로 약화된 수익 기반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의 수익성 제약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메가푸드마켓의 매장·상품 구조 변화, 비용 효율화 등 추진 중인 영업 전략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개시를 결정한 데 따라 법원은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가치 및 채권 규모를 산정하고 투자자 유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가 투자자 유치에 성공하면 남은 관문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다. 회생계획안은 채권단에 채무를 변제할 계획을 담은 것으로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계획안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매각 작업은 무산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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