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무회의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일단 결정을 보류했다.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전 국무위원 다수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어 마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최 대행에게 ‘급하게 결정해선 안 된다’며 숙고를 권했고, 최 대행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 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예정된 국무회의를 앞두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대행은 마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국무위원의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명을 숙고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무위원의 의견을 모두 청취한 뒤, ‘잠정 보류’ 결론을 내린 만큼 마 후보자의 임명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으로선 ‘국회가 선출한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지 않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결정을 최 권한대행이 미리 할 필요는 없다는 정부·여당 내부 의견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작년말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국무위원 간의 갈등 양상이 재발할 경우, 대행 체제의 국정 운영이 난항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하게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참석 보류로 취소돼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며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마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며,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발 통상전쟁”을 언급하며, 자신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화상면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의 회담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민통합의 시금석을 놓아야 할 곳은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하는 ‘국회‧정부 국정협의회’”라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의 숙고에 마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미임명에 대해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내린 지 6일째”라며 “최 대행은 위헌 위법한 내란을 종식하고 국정을 수습해야 할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헌 행위를 지속하며 헌정질서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