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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A3’→‘A3-’ 추락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삼성물산→테스코→MBK 잇단 M&A로 부침
MBK, 7조원대 인수 10년 차... 노사 갈등도 여전
인수 금융 4.3조 갚느라 기업가치 떨어져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이 낮아져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신용등급이 투자 적격 마지노선까지 밀려나며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기업회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를 결정하고, 절차 중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0시 3분쯤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이날 오전 해당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법원은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 자금 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지난달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쯤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대형마트 업계 2위지만... 잇단 M&A로 부침
홈플러스는 매출 기준으로 이마트에 이어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다.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 유통 부문의 할인점 사업이 모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1999년 삼성물산이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지분 49%를 매각하면서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다, 2011년 테스코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100% 테스코 자회사가 됐다.

하지만 2014년 테스코가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실적 감소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2015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MBK는 전체 인수 대금 중 4조3000억원을 인수 금융으로 활용했다.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재출발한 홈플러스는 이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코로나19, 소비 침체 장기화 등을 맞닥뜨리며 실적이 악화했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 574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 부채비율은 1408%에 달했다.

4.3조 빌려 7.2조에 홈플러스 인수한 MBK... 빚 갚느라 허덕
MBK에 인수된 지 10년, 그간 홈플러스는 인수 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점포를 폐점하거나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전략을 펼쳐 왔다. 이 과정에서 2015년 142개던 점포 수는 현재 126개로 줄었다.

점포 매각으로 수익 기반이 약해지자, 실적이 악화하고,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시장 가치도 하락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2023년 A3+에서 A3로, 최근 A3-로 낮아졌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를 결정하고, 절차 중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뉴스1

재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걸리자, 지난해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00여 곳을 분할 매각하려 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쿠팡, 농협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의 매각 반대로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대주주인 MBK를 상대로 “점포 매각을 통한 일시적인 자금 확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 보유 부동산을 팔아 인수 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및 상환전환우선주 배당에 투입해 ‘빈껍데기만 남았다’고 비판한다.

단기 재무 부담 덜게 됐으나... 관건은 실적 회복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내리면서 ▲영업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점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중단기 내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1400%를 넘었다고 본다. 이는 회사의 총부채가 총자산의 14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홈플러스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배곧신도시점. /홈플러스 제공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개선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31일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 비율과 직전 12개월 매출은 각각 462%와 7조462억원이고, 이는 1년 전보다 부채비율은 1506% 개선되고 매출은 2.8%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회생절차 개시는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신평은 홈플러스에 대해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의 실적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라며 “점포 매각으로 약화된 수익 기반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의 수익성 제약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추진 중인 영업 전략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자산 매각에 의존한 기존의 차입금 상환 전략이 지속 가능한 방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받아들인 만큼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건 홈플러스에 플러스 요인”이라면서도 “업황 자체가 좋지 않지 않은 만큼 온라인 대응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 홈플러스 대표인 조주연, 김광일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관련 자문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선정해 홈플러스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협의를 하게 된다. 또 채권자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될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은 회사의 자금수지 등을 감독하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채권자 목록 제출 기간은 오는 18일까지, 채권 신고 기간은 다음 달 1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6월 3일까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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