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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있는 법원 로고. 한수빈 기자


기소 사실을 몰라 재판에 불출석한 피고인이 유죄를 확정 받은 뒤 뒤늦게 상고했다면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부터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문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 측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는데 2심 판결도 같았다. 이후 상고 기간이 지나면서 A씨의 형은 확정됐다.

그런데 A씨는 항소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본인이 기소됐다는 사실을 몰랐다. 재판이 열리는 몇 달간 A씨는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받지 못했다. 피고인 소재가 6개월 넘게 파악되지 않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따라 궐석 재판이 진행됐다. 뒤늦게 2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에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고, 법원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 기간을 놓쳤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A씨의 경우 재심 청구 없이 상고했어도 원심을 파기할 수 있다고 봤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재심 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 판결을 알게 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A씨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을 받지 못해 1심과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야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이런 상황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것이므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소권 회복을 통해 상고를 제기하더라도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심 청구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돌려받은 원심은 공소장 부본 등을 다시 송달하고, 새로운 심리를 거쳐 판결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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