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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가 공개됐다. 기금 적립금은 총 1,213조 원. 기금운용수익률은 누적 6.82%(1988~2024)로 뛰어 올랐다. 2024년만 따로 떼어보면 연간 약 15% 수익률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호조와 고환율 덕을 본 결과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연기금이 2023~4년 큰 성과를 얻었지만 조만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해외 투자가 본궤도에 올랐고, 위험자산(주식과 대체투자)을 60% 이상 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기금 수익률 개선안인 5.5%, 카이스트 김우창 교수의 416 개혁안이 가정하는 6.0% 기금 수익률이 전혀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그림1〉 국민연금 기금 현황 (2024년 말 기준)

■ 북해 유전으로 만든 복지국가...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철학

북해 유전의 발굴로 세계 최고의 복지 부국이 된 노르웨이는 석유를 판 돈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로 유명하다. 지난해 투자 성과가 좋았고 엔화 약세가 더해져 2024년 일본 후생연금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펀드로 등극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 GDP보다 큰 약 2500조 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노르웨이 전 국민에게 1인당 약 4.5억 원씩을 나눠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그러나 국부펀드는 전체 자산의 약 3~4%만을 국가 재정을 지원하는 데 쓸 수 있으며, 정부는 주로 공적연금을 비롯해 복지 재원으로 이 돈을 사용한다. 국부펀드의 수익률이 평균 약 6% 정도니까, 원금은 유지하면서 수익금의 일부가 공공자금으로 쓰이는 셈이다. 노르웨이는 석유로 만든 부를 흥청망청 쓰지 않고 먼 미래세대까지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인들이 '7광구' 나 '대왕고래' 같은 석유 탐사에 흥분하는 것은 노르웨이와 같은 꿈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생기길 바라는 간절한 희망 같은 것 아닐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이른바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듯이 노르웨이의 사례는 드문 일이다. 대부분 석유가 갑자기 쏟아져 나온 나라들은 엄청난 빈부격차 또는 석유를 둘러싼 국제적, 국내적 갈등이 커져 나라가 오히려 불행해지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석유 시추는 환경 문제도 야기한다.

한국에는 대신 세계 3위 규모인 국민연금 편드(기금)가 있다. 올해 1200조 원을 넘었고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0년 1,755조 원(실질 가치)까지 커질 예정이다. 매년 6%대의 수익을 거둬 국민의 미래 노후소득을 불려주고 있다. 현재 가치로는 매년 약 6~70조 원을 벌어 준다. 1년 정부 예산의 약 10%에 달하는 큰돈이다. 그러나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연기금 적립금이 다른 점은 국부펀드가 영원히 지속되는 반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부터 15년 동안 급격하게 소진돼 2055년 0원이 된다는 점이다. 허망한 몰락이다. 정부는 진정 연기금이 모두 사라지는 걸 바랄까? 연기금이 소진되는 기간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은 함께 폭망할 수 있다. 노르웨이처럼 국민연금 펀드(기금)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 저출생도 문제 없다....국고 1% 투자하면 기금 3,000조 원 계속 유지

앞선 기사 ③편에서 알아봤듯이 연기금 수익률을 5.5%로 가정했을 때 국민연금의 적정 보험료는 12% 정도이다. OECD 다른 나라와 달리 12% 정도의 적은 보험료로 40%(4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기금이 벌어들이는 수익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번 수익금은 총 738조 원이다.<그림1> 지금 국민연금 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제5차 재정추계에서 2055년 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늦춰보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공히 보험료를 13%까지 올리겠다는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그렇더라도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급여를 깎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2088년 고갈돼 연기금을 70년도 더 유지하지 못한다.

〈그림2〉 각 개혁안의 연기금 고갈 시점 차이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처럼 연기금을 계속 유지하면서 기금 수익금을 연금 재정에 투입하는 방식은 416 개혁안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GDP 1%에 해당하는 국고를 국민연금에 투자하면 국민연금은 미래에 약 3,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평생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림2>. 이럴 경우 합계출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세대가 한국 사회의 중추가 되더라도 별도의 부담 없이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 만약 여유가 있어서 1%보다 좀 더 많은 국고를 투입하면 미래세대에는 '대왕고래'보다 나은 축복이 될 것이다. 다만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 펀드(기금)를 국부 펀드처럼 만들려면 정부도 GDP 1%만큼의 기여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에 돈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연기금을 환율 방어나 낮은 이자율의 국채를 사는데 동원하는 건 국민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이다.

416 연금 개혁안은 GDP의 1%를 국민연금에 쓰자고 주장하니까, 현재는 GDP의 1%, 약 24조 원이 매년 필요하다. (2026년부터 매년 GDP 0.2%P씩 늘려 2030년부터 1%씩을 국민연금에 넣자는 것) 이미 적립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처럼 국고를 퍼주자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 청년,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라는 것이다. 또 국가 업무를 대행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운영비에 기금을 쓰지 말고 나랏돈을 써서 하라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처럼.

대한민국은 과연 정부 재정에서 24조 원을 만들 수 있을까? 2025년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OECD는 한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GDP 대비 14.4%로 한해 약 280조 원(2020년 기준)을 쓰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OECD 평균과 비교해도 GDP의 9%P나 덜 쓰는 것이다<그림3>. 여기에 24조 원(GDP 1%)을 추가로 지출한다고 해도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16%에 못 미치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 아닐까 짐작한다. 만약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2055년 기금이 고갈되면 이후 정부는 GDP 6.3% (현재 가치 151조 원)를 매년 연금 재정에 써야 한다. 지금 1%를 써서 미래 세대와 미래 정부의 부담을 미리 줄이자는 게 김우창 교수의 설명이다.

〈그림3〉OECD 최하위 수준인 한국의 복지지출 규모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 중에도 국회는 국민연금 문제로 뜨겁다. 그만큼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건데 그 이유는 저출생 미래세대의 감당 불가능한 연금보험료 부담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금에 인구 고령화가 더 심화하면 2030년 이후 노인 부양비 문제는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다. 현명한 방법은 은퇴한 세대의 연금을 깎아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자고 할 게 아니라, 지금 재정을 조금 더 써서 노인빈곤도 막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선제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인구는 절정기를 지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연간 24조 원 수준의 국고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 아닌가?

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연금 개혁 논의는 18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노인 빈곤과 미래 세대 부담 문제가 똑같이 중요하지만 이를 함께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저성장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연금 개혁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시리즈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다시 연금 개혁] 청년과 노인이 함께 신나는 국민연금

① 국고 GDP 1% 쓰면 기금 고갈 없이 45% 소득대체율 가능
② 청년이 더 유리하다! 사각지대 없애는 416 개혁안
③ 국민연금 원가는 얼마? 국고 투입 반대하는 정부의 '모럴 해저드'
④ 대한민국의 '대왕고래'는 동해가 아닌 국민연금에 있다?
⑤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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