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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프>에서 미니가 자신의 대변을 넣은 초콜릿 파이를 들고 전 고용주 힐리를 방문하는 장면. 옥타비아스펜서 인스타그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연방정부 지출 감소라는 명목으로 연방공무원을 무더기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중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의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경고가 눈길을 끈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부효율부에 ‘특별한 파이’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제안과 함께 그는 자신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작품 <헬프>에서 파이를 들고 있는 장면의 사진을 게재했다. 또 “질좋은 ‘멕시코산’ 바닐라와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이 필요하다”고 썼다.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특별한 파이는 대변이 들어간 초콜릿 파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그려낸 이 작품에는 당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흑인 여성들의 애환과 고통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연기한 미니는 위선적이고 속물 근성 가득한 고용주 힐리에게 부당한 해고를 당한다. 하지만 미니는 통쾌한 복수를 한다. 자신의 대변을 섞은 초콜릿 파이를 힐리에게 먹인 것이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미니의 파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먹어대던 힐리는 “도대체 뭘 넣었길래 이렇게 맛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미니는 “멕시코의 좋은 바닐라와 정말 특별한 것을 넣었다”고 궁금증을 유발하더니 급기야 힐리에게 “내 똥이나 먹어라”고 일갈한다.

음식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매개체가 되는 이 작품에서 파이와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메뉴는 프라이드 치킨이다. 미니의 새로운 고용주이자 편견 없이 그를 대하는 셀리아(제시카 차스테인)는 프라이드 치킨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라이드 치킨은 흑인들의 아픈 역사가 녹아있는 솔푸드였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고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흑인 노예들이 그나마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는 닭의 부산물이었다. 백인들이 주로 먹던 가슴살과 몸통을 제외한 목, 다리, 날개 따위는 쓰레기로 여겨졌다. 흑인들은 이를 모아 기름에 바싹 튀겨 먹었다. 튀기는 요리법은 부실한 재료도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방법이었고 더운 날씨에 음식이 상하는 것도 방지했다. 또 고열량을 필요로 하는 노예들에게 적절한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미니는 “치킨은 인생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면서 치킨 만드는 방법을 셀리아에게 가르쳐준다. 그가 치킨을 튀길 때 비장의 무기로 소개하며 찬양하는 것은 ‘크리스코’다. 듣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는 ‘바사삭’한 치킨을 만들어주는 필수품으로, 글로벌 소비재기업 P&G가 1911년 내놓은 최초의 쇼트닝(식물성 고형지방) 상품명이다. 고소한 맛과 뛰어난 식감을 더해주는 데다 보관하기도 쉬워 수십 년간 큰 인기를 누리게 만들었던 요인은 쇼트닝에 다량 함유된 트랜스지방이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 트랜스지방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현재 식품회사들은 ‘트랜스지방 프리’ 쇼트닝 제품들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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