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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미국인들의 부자에 대한 코드는 ‘자유’라고 합니다. 미국의 선조들은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했고, 영국과 전쟁을 통해 독립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대한 미국인들의 코드는 스코어라고 합니다. 스포츠에서 점수를 얻는 것처럼 성취를 의미하는 스코어. 창업으로 큰돈을 벌어도 회사를 창업하고, 또 창업하며 스코어보드 점수를 높여가는 기업인이 미국에 많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부자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것도 성취와 자유라는 코드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입니다. 엄청난 성취를 이뤘지만 절제된 삶을 살며 사회적 의무를 강조했고, 남들도 돈을 벌게 해준 인물입니다. 94세인 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주주 서한을 썼다기에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서한 앞부분에서 버핏은 ‘사람과 신뢰’에 대해 얘기합니다. 어쩌면 그가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칭찬은 이름을 밝혀서 하고 비판은 전체 카테고리로 하라는 조언에 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서한에서도 자신의 후계자가 될 그레그 아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성과를 추켜세웠습니다.

반면 부진했던 사업을 다룰 때는 경영자를 거명하지 않습니다. 칭찬을 통해 사기를 북돋고, 잘못된 것은 시스템을 통해 바꿔야 한다는 버핏의 철학과 벅셔해서웨이의 조직문화가 녹아 있는 말이었습니다. 기업문화를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곱씹어 볼 만한 대목입니다.

물론 인사에서는 단호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평생의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의 말을 빌려 “문제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버핏은 CEO 선임에 대해 이런 말도 했습니다. “CEO를 고를 때 후보자의 출신 학교를 절대 고려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 예로 유통업체를 운영해 큰 수익을 남겨줬던 벤 로즈너란 경영자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소매업의 천재였다. 그의 손녀에게 확인해보니 그가 초등학교 6학년 이상 다닌 적이 없다고 들었다.” 이어 말합니다. “배움은 중요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더 강하고 중요하다.” 그가 CEO를 찾는 과정에서 중요시했던 것은 재능과 신뢰였다는 말입니다.

존경받는 부자답게 세금을 많이 낸 것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도 서한에 드러납니다. 버핏은 “60년 전 벅셔해서웨이 인수 결정은 명백한 실수였다. 인수 후 10년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60년 후 벅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실적 기준으로 벅셔가 납부한 세금은 268억 달러(약 35조원)에 달합니다. 그는 친절하게 “2024년 1년 내내 매 20분마다 100만 달러짜리 수표를 재무부에 보냈다고 가정해보면 연말까지도 납부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설명까지 해줬습니다. 성장에 대한 자부심이 세금 납부로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미국에서 세금에 대한 코드는 공동체를 지키는 ‘보안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탈세범들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가해지니 세금을 내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버핏에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풍경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한 미국이지만 버핏은 달랐습니다. 그는 “벅셔는 경영권을 갖고 있는 기업을 거의 매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끊임없는 문제에 직면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습니다. 신중한 인수, 최선을 다한 기업가치 제고, 인수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지원이 그의 철학이었습니다.

과거 그의 발언에도 주식회사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벅셔의 형식은 주식회사지만 우리의 마음자세는 동업자다. 주주들은 소유 동업자, 찰리와 나는 경영 동업자다. 회사는 주주들이 자산을 보유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의 편지는 “오마하(벅셔 주주총회)에서 만납시다.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란 말로 마무리됩니다. 음미할 가치가 있는 버핏의 서한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길을 잃은 투자자나 혼돈 속에 경영의 지침이 필요할 때 한번쯤 들여다볼 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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