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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웨이저자 TSMC 회장의 기자회견 발표를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이날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는 향후 짧은 기간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면서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5개의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수천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국 투자는 모두 1650억달러(약 241조2300억원)가 된다”면서 “이것은 미국 및 TSMC에 엄청난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면서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TSMC도 아주 안전한 다른 곳으로 존재(공장)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웨이 회장을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웨이 회장은 TSMC의 대미투자가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시작됐다는 점을 언급한 뒤 새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달러(17조 544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후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약 95조300억원)로 확대했다. 이후 들어선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대미 투자와 관련해 66억달러(약 9조200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에 대해선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 지급 대신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TSMC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반도체법 보조금이 취소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약속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TSMC의 투자 발표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정부에서 TSMC는 60억달러(약 8조772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이는 그들이 65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촉진했다”라면서 “미국은 TSMC가 이곳에 (공장을) 짓도록 그 돈(투자 예정 금액)의 10%를 줬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TSMC가 이번에 미국에 투자한 것은 보조금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그들은 관세를 피할 수 있어서 미국으로 온 것”이라면서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혼다와 애플 등 기업의 최근 미국 투자 발표를 거론한 뒤 “다른 많은 회사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생산해야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그것이 정확히 웨이 회장이 하는 일”이라면서 “만약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어떤 수치가 됐든지 간에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TSMC의 이번 투자로 중국의 대만 고립화나 점령 시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훌륭한 질문”이라면서 “그것은 분명히 매우 재앙적인 사건일 터인데, (TSMC의 투자로) 적어도 매우 중요한 사업 일부가 미국에 있도록 하는 위치에 우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대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간 미국 정부에서는 중국의 대만 장악 시도에 관한 다양한 우려가 나왔다. 이에 전임 바이든 대통령은 유사시 대만 방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 방어 가능성에 관해 명시적인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전통적 기조인 ‘전략적 모호성’ 정책과 일치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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