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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진실과 거짓
⑤ 내란이 남긴 상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쫓아가는 느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라고 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자신의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침묵하자, 윤 대통령이 이를 이어받아 비상계엄 과정에서 실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탄핵 소추한 국회 쪽을 비판한 것이다.

그렇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합리화의 이유를 찾는 동안, 12·3 비상계엄 당시 임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국회 등으로 출동한 군인들은 자괴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군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 조사에 나온 군인들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에 출동한 육군특수전사령부 ㄱ소령은 “14년 군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부대원들과 볼링을 치다가 밤 10시30분께 비상소집 문자를 받고 국회로 출동해 담을 넘었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 저항으로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대치하면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고 한다.

ㄱ소령은 이후 검찰 조사에서 “분위기가 많이 안 좋다. 저를 포함해 피티에스디 상담을 받는 인원이 20명이 된다.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상급 부대는 ‘일상으로 돌아가라’며 무책임한 면을 보여줬다. 많이 답답하다”고 진술했다. ㄱ소령과 함께 출동한 특수전사령부 ㄴ대위는 “비상계엄 상황 이후 3~5일간 힘들었다. 부대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척을 하는데 실상은 다들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특수전사령부의 ㄷ중령도 “많은 인원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100여명의 병력이 병영 상담관의 상담과 외부 병원의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며 “자괴감을 갖고 있고 저도 상담을 받고 속상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707특수임무단을 태우고 국회로 진입한 헬기를 통제한 김세운 특수전사령부 특수작전항공단장은 “모든 책임은 정확히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부하들에게 위험한 지시를 내린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언제까지 단장으로 근무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조종사들이 당시 느꼈던 자괴감을 모두 회복시켜준 후에 물러날 생각”이라고 했다.

707특임단의 김현태 단장도 검찰 조사에서 “일부 부대원들은 군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리는 등 힘들어했다”며 “피티에스디 상담 같은 것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부대원들은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생각하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투입됐을 뿐인데 이런 대우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부대 상황을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했던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부대가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는 1979년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이었다. 당시 부대장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이었다.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뒤인 2018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에 대비한 계엄령 선포를 계획했다는 문건이 드러나고, 세월호 유족 사찰 등 부대가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되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창설됐다. 윤 대통령 취임 뒤에는 또다시 방첩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방첩사 소속 ㄹ대령은 “계엄에 방첩사가 개입됐을 수 있겠다 싶어 매우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그 염려가 사실이었다”며 “2018년 계엄 문건 때 조직이 와해될 때 사령부에 있었다. 방첩사 내에 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 진술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주도하에 선관위 장악 임무를 맡았던 정보사령부의 ㅁ소령은 “가담했던 인원들이 저를 포함해서 모든 일과를 전폐하고 공황 상태였다”며 “항상 임무 수행을 하면서 동시에 또 청렴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비상식적인 임무 부여를 받으면서 기존에 교육받으면서 형성한 군인정신이 모두 무너진 것 같다. 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계속 일을 해나가야 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정보사 ㅂ대위 역시 “보안이 생명인데 이런 일로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진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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