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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심제' 원칙…특수 소송·헌법 소송은 단심제
파기환송시 여러번 가능…'법정 재판'은 2심까지
재판 지연·사건 적체에 상고심 부담 커져


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최근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된 재판이 열리면서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흔히 '삼세판'이라는 말처럼 재판도 세 번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삼심제'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여겨지지만, 모든 재판이 그렇지는 않다.

어떤 사건은 한 번의 판결로 끝나기도 하고, 또 어떤 사건은 결론이 바뀌어 대여섯번의 재판을 거치기도 한다. 삼심제는 항상 옳은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민형사 재판 '삼심제' 원칙…특수 소송·헌법 소송은 단심제
삼심제란 하나의 법률 사건에 대해 세 단계의 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1심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항소해 2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여기에서도 법률적 다툼이 있는 경우에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방식이다.

현재 사법 체계에서 1심과 2심은 사실심(사실관계와 증거를 검토), 3심은 법률심(원심의 법률 해석·적용이 적절한지 검토)으로 구분된다. 3심인 대법원은 사실상 원심의 판단을 '검수'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처럼 법원 간 상하관계를 두고 하급법원의 재판에 대해 상급법원에 불복신청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심급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해외는 로마 공화정부터 상소권을 인정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뿌리 깊은 제도다.

다만 삼심제는 헌법과 법률에 직접 언급된 개념은 아니다. 헌법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할 뿐, 삼심제를 필수로 명시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때문에 민사·형사·행정·가사·군사 등 대부분의 재판은 삼심제가 적용되지만, 몇몇 행정재판과 선거소송, 비상계엄 체제의 군법회의 등은 이심제 또는 단심제로 운용된다.

일례로 특허심판원의 심결 취소 소송은 이심제로, 1심은 대전에 위치한 특허법원(고등법원급)이 맡고 판결에 불복할 시 대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도 서울고등법원에서 대법원으로 가는 이심제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그 결과에 불복할 때 곧장 대법원에 제소하도록 해 단심제를 취하고 있다. 외국에서 도망친 용의자의 신병을 넘기는 범죄인 인도 심사와 법관 징계 불복 소송은 각각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관할하는 단심제다.

위헌법률심판, 탄핵 심판 등 헌법소송 사건은 법원과 별개의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 관할로, 헌재의 결정은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 단심제다.

파기환송시 여러 번도 가능…'법정 재판'은 2심까지
삼심제로 진행되는 재판도 반드시 세 번만 재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급 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판결을 전부 또는 일부 파기해 돌려보낼 수 있는데, 이를 '파기환송'이라고 한다.

만약 대법원에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하면 1심, 2심, 3심 그리고 파기환송심까지 총 4번의 재판을 받는다.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면 총 5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

파기환송은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고 이론적으로는 여러 번의 파기환송을 거쳐 재판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상고심은 항소심보다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개정중
[연합뉴스TV 제공]


특히 형사재판은 상고 이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을 때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등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별도의 결정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기각하기도 하는데, 심리의 효율성을 위한 사실상의 '간이 판결'이다.

또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원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심리하지 않고 법률적 문제만을 따지기 때문에 대개 변론이 열리지 않고 서면으로 심리한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재판'의 모습은 사실 2심까지인 것이다.

재판 지연·사건 적체에 상고심 부담 커져
심급제는 여러 번의 재판을 거쳐 법관이 내릴 수 있는 오판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전국에는 18개의 지방법원과 산하 42개의 지원, 6개의 고등법원, 최고법원인 1개의 대법원이 있다. 상급심으로 갈수록 법원과 법관의 숫자가 줄어드는 피라미드 형태로, 하급심에서 많은 사건이 올라갈수록 상급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접수된 전체 소송 건수는 총 666만7천442건으로 2022년 616만7천312건보다 8.1% 증가했다. 민사 1심 합의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245.3일에서 2022년 420.1일로 늘었고, 불구속 형사사건은 같은 기간 151.8일에서 223.7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판사들은 2019년 기준으로 독일의 약 5.17배, 일본의 약 3.05배, 프랑스의 약 2.36배에 이르는 사건을 인당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고심은 연평균 3만건이 넘는데, 14명의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이 1일 평균 십수건을 검토해야 한다.

피고인·변호인석
[연합뉴스TV 제공]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 미국, 일본 등은 형식상 삼심제를 취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선별적으로 받는 '상고허가제'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1981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의결해 상고허가제를 실시했지만,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등으로 1990년 폐지했다.

이후 1994년 도입된 심리불속행 제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아 대법관 증원 등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무리하게 대법관을 늘릴 경우 최고법원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요구하는 중요 사건만을 담당하고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사건을 전담해 심리하는 상고법원 신설을 추진해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를 몇 명 늘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고허가제를 재검토하거나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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