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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라크 침공 지지한 30개국 칭하는 단어…과거 상기
스타머 “평화유지군 파병 준비 완료…미국 지원도 필요”
마크롱 “방위비 3~3.5% 증액”…한목소리 도출 미지수
런던정상회의서 따로 만난 영국·프랑스·우크라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개 충돌 끝에 ‘노딜’로 파국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 이후 유럽은 뒷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머리를 맞댄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평화를 위해 유럽의 더 큰 역할을 약속했다. 다만 미국의 지원이 필수라는 전제를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런던 정상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유럽이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등 국가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 계획을 세워 미국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밀착해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관점을 반영해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종전 구상을 제안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의지의 연합’을 결성해 평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영국 주도로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도 이 계획에 포함된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지상군과 공군기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함께 참여할 다른 국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또 “이 노력이 성공하려면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백악관 회담으로 광물 협정 체결이 파국으로 끝나자 유럽 정상들이 단결해 트럼프 행정부에 ‘카드’를 내미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백악관 회담에 대해 “누구도 보고 싶어한 일이 아니었다”면서도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의지의 연합’이라는 표현도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 당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힌 30여개국을 칭하는 말로, 당시 영국은 미국을 돕기 위해 4만5000명을 보낸 최대 파병국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간 하늘 및 바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휴전’ 등 유럽이 구상하는 평화 계획 윤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늘 및 바다에서 먼저 전투를 멈춘 뒤 지상전도 중단하자는 제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국가가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이 더 큰 안보 부담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GDP 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유럽을 긴급하게 재무장해야 할 때”라며 오는 6일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위한 포괄적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증액과 평화유지군 배치 등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데다, 방위비 증액은 국내 정치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 등은 현재까지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정상들의 수사적 표현은 늘어났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짚었다.

유럽이 평화 협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험악한 설전을 주고받고 틀어진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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