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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HIV 감염 예방 본격화
신규 HIV 감염자 매년 1000명 안팎
작년 말 2개 도시서 예방 시범사업
올초부터 17개 시·도서 본격 시행
2030년까지 50% 정도 감축 목표

시범 두 달간 사업 참여 30여명 뿐
에이즈 편견 등 인식 부족 등 여전
목표 달성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

HIV 감염 확인을 위해 혈액 검사를 하는 장면. 보건당국이 HIV 신규 감염 예방과 전파 차단을 위해 올해부터 ‘노출 전 예방요법’인 프렙 사업을 17개 시·도로 확대하고 지원도 강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매년 1000명 안팎의 신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2023년에도 전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1005명의 감염자가 새로 발생했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HIV에 걸려 병이 악화해 발생한다. 에이즈는 과거 '천형'으로 불렸지만 항바이러스제의 발전으로 치료만 잘 받으면 HIV 억제율이 96.2%(2022년 기준)에 달해 이젠 만성질환으로 관리되는 추세다.

관건은 신규 감염자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근절을 위해 HIV 신규 감염과 전파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 방법으로 ‘노출 전 예방요법’, 이른바 ‘프렙(PrEP)’이 주목받고 있다.

질병청도 지난해 11~12월 2개 대도시 시범사업을 거쳐 올 초부터 프렙 사업을 17개 시·도로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해 세운 2차 에이즈 예방관리대책(2024~2028)에서 프렙 확대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신규 감염자를 2023년 대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두 달간 프렙 참여자가 30여명에 그쳤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낙인, 인식 부족이 여전해 목표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실질적 고위험군 건보 제외 ‘활성화’ 한계

3일 질병청과 에이즈학회, 제약업계에 따르면 프렙은 HIV 비감염자가 ‘예방약’을 복용해서 감염을 막는 것이다. 약제는 글로벌 제약사의 ‘트루바다’가 유일하게 쓰이고 있다. 2010년 치료제로 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2018년 예방 목적으로도 승인됐다. 임상시험에서 하루 한 알 복용으로 HIV 감염 위험이 9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성관계 파트너가 HIV 감염인인 프렙 희망자가 처방받을 경우 2019년 6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HIV 감염인은 꾸준히 치료받을 시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는다. 따라서 HIV 감염인의 성 파트너는 실질적인 감염 고위험군이 아니다. 매일 HIV 치료제를 먹는 감염인의 HIV 감염력은 ‘제로(0)%’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성 파트너가 HIV 감염인인지 모르거나 파트너가 HIV 감염인인데도 치료받지 않는 ‘MSM’(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등은 실질적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프렙 처방을 원하더라도 성 파트너가 HIV 감염인이 아닐 경우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건보 미적용 시 본인 부담 약값은 한 달에 약 4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복잡한 약 처방 절차, HIV 감염인 여부 확인 과정에서 신상 노출 우려 등으로 참여를 꺼리는 경향도 한몫했다. 실제 건보 급여화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처방 건수를 보면 매년 100건 정도에 그쳤다.

에이즈학회는 2017년 국내 프렙 사용 가이드라인에서 성적으로 활동적인 MSM, HIV 혈청학적 불일치 이성애자 커플, 마약 등 주사약물 남용자 등을 권고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간 신규 감염 예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렙 정식 처방을 주저하는 이들은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약제를 불법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SM·고위험 직업군 등 프렙 대상 확대


이에 질병청은 프렙 대상을 확대해 지난해 말 2개월간 대도시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벌였다. HIV 노출 위험이 높은 감염 취약군으로 성 파트너가 감염인인 경우(감염인의 혈중 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검출 여부가 불명확할 때)뿐만 아니라 MSM, 트랜스젠더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 등 고위험 직업군으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 미등록 외국인은 제외됐다.

올해부턴 기존 건보 정률 지원에서 월 6만원 본인 부담 외에 나머지 약제비는 모두 면제하는 정액 지원으로 바꿨다. 프렙 처방 전 필요한 검사에 따른 본인 부담금도 전액 지원된다. 지원 횟수 제한은 없다.

질병청 관계자는 “인구 대비 고위험군 비율을 추정해 시범사업 참여자 목표를 최대 3000명으로 잡았으나 실제론 두 달간 38명 정도로 저조한 건 사실이다. 다만 기존에 프렙 처방이 매년 10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범사업치고 크게 나쁘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짧은 시범사업 기간, 특정 커뮤니티나 지방자치단체 중심 홍보의 한계 등이 작용했다”면서 “올해부터 전국 17개 시·도로 사업 지역을 늘리고 성소수자 NGO 및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만남 앱, 대학 캠퍼스 등에서 감염 취약군에게 많이 알려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프렙 희망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처방 의료기관을 기존 20여 곳에서 올해 117개로 늘렸다. 아울러 감염내과 인근에 프렙 약제를 취급하는 약국의 확대를 유도하고 판매 약국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허가된 프렙 복제약의 수입이나 국내 생산 가능성 타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프렙 확대를 통해 해외 직구 등 불법 약제 사용이 근절되고 대신 정당한 루트로 공급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SNS 등을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예방약, 들어올까

현재 유일한 프렙 약인 트루바다보다 예방 효과가 훨씬 뛰어난 신약(레나카파비르·상품명 선렌카)이 개발돼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새로운 예방약의 출시가 에이즈 의료의 패러다임을 기존 치료 위주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꿀 전환점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약은 인체세포 내로 들어온 HIV가 스스로 복제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방해해 제대로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임상시험 결과 99.9%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2024년 올해의 혁신’으로 선정한 바 있다. 트루바다가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것에 비교해 6개월에 한 번 주사를 맞는 방식인 것도 장점이다. 최 교수는 “임상연구를 통해 프렙 주사제의 효과는 입증된 만큼, 사용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외에서 출시되더라도 국내 도입에는 제약사의 시장성 판단, 약가 협상 등에 따라 허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렙은 미국과 대만 호주 베트남 등 전 세계 79개국이 도입해 효과를 얻고 있다. 2012년 프렙을 도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신규 HIV 감염 건수를 10년 만에 64% 줄였다. 대만은 정부 주도의 프렙 사업을 통해 7년 만에 HIV 신규 감염인이 62% 감소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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