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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중단된 국정협의회
野 "馬 임명할 때까지 보이콧"
與 "임명 거부해야"… 단식 돌입
국정협의회 첫 회의가 지난달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연금개혁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논의해야 할 국정협의회가 멈춰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만큼 최 대행과의 모든 협의를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은 최 대행을 향해 '임명을 거부하라'며 단식 투쟁에 나섰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졸지에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민생 문제가 기약 없이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국정협의회 '보이콧' 방침을 못 박았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MBC라디오에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할 때까지 국정협의회를 보이콧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결국 내란 세력을 보다 분명하게 심판하고 척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예정된 국정협의회 직전 "최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참석 보류로 취소돼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며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동취재


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국정협의회 재개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지난달 27일 헌재의 판단을 거론하며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알박기 인사를 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은 대통령 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판가름할 최 대행 주관의 국무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국정협의회 보이콧 명분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마 후보자와 민생 이슈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정협의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기 때문" "임명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받는 비판이 더 거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내린 판단이 아니다"라며 "헌재 결정조차 따르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국정을 의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촉구하며 2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박수영(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격려차 방문한 전한길(왼쪽 세 번째) 강사와 푯말을 들고 있다. 박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 임명 여부와 국정협의회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쟁을 하더라도 국정은 분리하자고 거듭 얘기하고 있다"며 "투트랙 노력을 걷어찬 것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헌재 재판관 구성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신중해야 하고, '숙고하겠다'는 최 대행의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헌재 때리기'도 멈추지 않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는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 야당의 폭주를 용인하며 또다시 편향적 태도를 보여줬다"며 "(마 후보자 임명으로) 사법부 내 일개 좌익 서클이 다수를 점하면,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대학 동기이자 행시 동기인 절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며 전날부터 국회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박 의원은 이어 "(탄핵 인용 땐) 헌법재판관들이 이 나라에서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발언한 전한길 강사가 단식 현장에 격려 방문한 소식을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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