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 에이드리안 브로디, 남우주연상
3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노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마이키 매디슨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60대 나이에 비로소 연기자로 역량을 활짝 피우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다가갔던 45년 배우 경력의 데미 무어를, 처음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25살 신인 배우가 꺾었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에게 돌아갔다. 올해 아카데미 이변 가운데 하나다.
3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지난해 수상자 엠마 스톤(‘가여운 것들’)은 마이키 매디슨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1999년생인 매디슨은 2013년 단편영화로 영화계에 발들인 이후 ‘아노라’에서 생애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아 성노동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연기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엘에이에서 자랐지만 아카데미는 나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면서 “다시 한번 성노동자들에게 감사드리고 그들과 동맹이 되겠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여성들이 (영화에 참여한) 놀라운 경험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골든글로브를 시작으로 아카데미 레이스라 불리는 많은 시상식에서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수상도 유력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새로운 얼굴의 손을 들어주었다.
3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에게 돌아갔다.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밥 딜런을 연기한 티모테 샬라메가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 열린 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이변도 예상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써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톰 행크스, 앤소니 홉킨스 등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회 수상의 영광을 얻었고, 2003년 ‘피아니스트’ 때 수상으로 가지게 된 최연소 수상 기록도 유지하게 됐다. 두 작품 모두 2차 세계 대전의 피해를 입은 유대인 연기로 수상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3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션 베이커 감독(맨 앞)이 작품상을 받고 있다. 뒤는 스태프와 배우들. 연합뉴스
‘브루탈리스트’, ‘콘클라베’, ‘에밀리아 페레즈’ 등이 치열하게 경합하며 주요 부문 상이 여러 작품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아노라’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주요 부문을 거머쥐며 올해 최고의 승자가 됐다.
연출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편집을 했기 때문에 각 부문 발표 때마다 수상 무대에 오른 션 베이커 감독은 저예산 독립영화에 기회를 준 아카데미에 감사하며 영화 산업 전체의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만 1천개 가까운 스크린이 사라질 만큼 극장에서의 관람 경험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극장에서 함께 웃고, 울고, 소리 지르고, 싸우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세상이 분열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지금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