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압박 막말 등
거리서 ‘폭력’ 선동
“정권교체” 6.1%P↑
“연장”은 6.3%P↓
국민의힘 ‘극우화’
민심 이반 자초해
“이런 자들 앞에서 약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 단식 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3일 국회 본관에서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 정국 속 여당을 ‘약자’에 비유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와 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며 전날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계몽령’이라며 옹호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이날 농성장을 찾았다. 전씨는 빨간 목도리를 박 의원 목에 둘러주며 응원했다. 전씨가 건넨 목도리에는 윤 대통령 얼굴이 담긴 배지(사진)가 달려 있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하루 단식농성에 동참했고, 추경호·정점식 등 중진 의원들도 농성장을 찾아 격려했다.
같은 시간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 대통령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구속 취소만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매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며 헌재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천호 의원은 전날 극우 유튜버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집회에서 “공수처, 선관위, 헌재를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라는 폭력 선동 발언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하고 단식농성까지 하며 ‘아스팔트’ 정치에 나섰지만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은 커지고, 대선 주자 가상 양자 대결에서 여권 주자는 야권 주자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거리 정치에 나선 집권당의 행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극우화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민심 회복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야권으로의 정권교체 의견은 55.1%, 여권의 정권연장 의견은 39.0%로 집계됐다. 직전 주에 비해 정권교체론이 6.1%포인트 올랐고 정권연장론은 6.3%포인트 내려갔다. 지난주 3.7%포인트에 그쳤던 격차가 일주일 만에 16.1%포인트로 확대된 것이다.
여당 지지율 6주 만에 40%선 아래로…“중도층 이탈 가속”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7.6%로 6주 만에 40%선에서 내려앉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4.2%였다. 차기 대선 양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도 여권 1위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율(31.6%)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50.0%)보다 18.4%포인트 뒤처졌다. 이 대표는 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유력 주자 모두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권교체 의견(51%)이 정권연장 의견(38%)보다 많았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여당 승리 의견(27%)보다 야당 승리 의견(62%)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59%가 찬성 의견을 냈고, 35%가 반대했다. 중도층에서는 탄핵 찬성 의견(70%)이 반대(23%) 의견을 압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거리에서 사법부 공격을 선동하는 국민의힘의 극우화가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헌재 공격이 점점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이 중도층 민심을 자극해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가 날 때까지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중도층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여당이 헌재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승복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극우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잃은 게 아니라 중도층을 포기한 것”이라며 “아주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가 아닌 보수 성향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대선에서 중도화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렵게 됐고, 대선 후보 차원에서 중도화 전략을 펴도 중도층 표심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극우 쪽으로 질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