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적 푸틴에 붙나" 비판에
트럼프 주변 인사들, 잇따라 방송 출연
밴스 '미디어 주목 원한 행동' 추측도
트럼프 주변 인사들, 잇따라 방송 출연
밴스 '미디어 주목 원한 행동' 추측도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모욕적 언사를 퍼부은 것을 두고 미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가세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를 옹호했다"며 거센 비판을 가했지만, 백악관과 미국 정부 각료들은 아랑곳없이 '트럼프 옹호'에 바쁘기만 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며 낯 뜨거운 아첨마저 나왔다.
민주 "백악관, 크렘린 오른팔인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데 대해 가장 날을 세운 건 역시 야당 민주당이었다.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트럼프와 (부통령인) JD 밴스가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더러운 일을 (대신)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크리스 머피 연방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도 2일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백악관이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의 오른팔이 된 셈"이라고 비꼬았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리사 머카우스키 연방 상원의원(알래스카)은 1일 X에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푸틴을 옹호하고 있다"며 "(미국) 행정부가 우리 동맹을 멀리하고, 그 대신 푸틴을 포용하고 있는 듯해 속이 쓰리다"고 적었다.
"노벨평화상감" 옹호하는 측근들
의회 인사들의 잇단 비판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방송 출연'으로 대응하며 '젤렌스키 깎아내리기'에 주력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한 정치 팟캐스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말다툼만 하고 싶어 하는 여자친구 같다"고 묘사했고,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2일 미 NBC방송에 출연해 "(젤렌스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든지, 아니면 다른 지도자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띄우기'에도 열심이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 오전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Peacemaker·평화 조성자)"라고 극찬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ABC방송에 출연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었다면 모두가 '노벨평화상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 측근들이 지난달 28일 회담(의 결렬)을 '미국의 힘 과시' 측면에서 재구성해 문제를 축소시키려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밴스, 미디어 주목 노렸나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의 미디어 출연이 잇따르는 가운데, JD 밴스 부통령의 '젤렌스키 비난'을 두고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위해 계산된 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담이 파행을 빚게 된 데에는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인 영향도 컸는데, 이는 즉흥적인 행위가 아니라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노림수'였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회담 당일 "밴스가 외교 논쟁에 직접 뛰어든 사실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 'B팀'으로 강등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그간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의 그늘 아래에서 지냈던 만큼, 미디어의 관심을 끌 장면을 포착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이번 사건으로 밴스가 '트럼프의 전투견'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전하면서도, 사설을 통해선 "통치자 지망생의 태도는 아니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