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거리에 설치된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A씨는 5억원대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받을지 변동금리로 받을지 고민 중이다. 현재는 고정금리(혼합형)가 변동금리보다 0.7%포인트가량 저렴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고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큰 만큼 변동금리가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A씨에겐 어떤 선택이 더 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환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은 고정금리가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순 있지만 장기적인 금리 흐름까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기간이 짧다면 일단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금리가 충분히 내려갔을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의 필요성과 전제조건’ 보고서를 보면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때는 고정금리가, 하락할 때는 변동금리가 차주에게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형 비중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10.7%에서 12월 18.7%로 상승했다.
하지만 상환기간이 긴 주담대 차주에게는 금리 하락기에도 고정금리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중장기적인 금리 변동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금리는 국내 경기나 물가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금리가 떨어져 얻는 혜택보다 금리가 올라 받는 타격도 더 큰 편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리 1%포인트 하락 시 변동금리 차주의 추가 소비 증가는 0.1% 정도였지만,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소비 감소는 2.2%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미 최대로 대출을 많이 받는, 이른바 ‘영끌족’의 경우 추가적인 차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며 “이들이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했다면 금리 상승 시 가계 소비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했다.
현재 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가 저렴하다는 점도 차주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은행들이 장기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반영해 고정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약 0.5~1%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KB국민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는 4.45~5.85%로 고정형(3.79~5.19%)보다 더 높다.
다만 상환기간이 짧고 금리 상승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차주에게는 리스크가 적은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면서도 “상환 기간이 짧은 경우 일단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고 이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변동금리로 ‘갈아타기’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