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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품 11점 네덜란드 아트페어 전시 예정
오는 15~20일 열리는 세계 굴지의 고미술품 아트페어 ‘테파프 2025’에 출품될 고려청자 사자형 향로. 노형석 기자

800여년 묵은 고려청자와 조선칠기 등 고미술품이 사상 처음 외국 미술품장터(아트페어)에 나온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앤틱(고미술품) 전문 장터로 오는 15~2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리는 ‘테파프(TEFAF) 2025’의 매장에 국내 상업 화랑이 고려·조선시대 고미술유산들을 출품할 예정이어서 미술계와 문화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시대 청자 사자받침 향로를 비롯해 조선시대 나전칠기 자개 접시와 백자 항아리, 다례상 등 도자기·고가구·착용구를 망라한 고미술품 11점이 현지 아트페어 매장에 전시돼 선보이면서 서구 미술관이나 공공기관의 구매 상담을 받게 된다고 한다. 서울 성수동에 전시장을 두고 영업해온 현대미술 화랑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가 두손갤러리(대표 김양수)와 협업해 지난달 국가유산청 허가를 얻으면서 초유의 문화유산 출품을 성사시킨 것이다.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르면, 제작된 지 50년 넘은 미술품과 공예품 등은 일반 동산 문화재로 규정된다.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금지되지만, 교류 전시와 현지 공공기관·미술관 소장 용도 등 제한적인 경우에는 국가유산청 심사와 청장의 허가를 거쳐 반출이 가능하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특정 박물관·미술관이나 공공기관이 출품작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작품이 곧바로 판매돼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 아트페어가 끝난 뒤 일단 국내로 다시 반입한 상태에서 현지 구매처의 의향서(인보이스)와 관련 서류 등을 구비하고 국가유산청 재심사와 판매 허가를 받은 뒤 재반출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

15~16세기 조선 초기의 자개 접시.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은 최근 갤러리의 신청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 등 감정 전문가를 보내 출품을 희망하는 작품들을 감정·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페이지갤러리 쪽도 “사전에 적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아트페어에 출품작들을 전시해도 된다는 청장의 허가를 받았고, 현지에 지난달 말 이미 출품작들을 운송한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국내 일반 동산 문화재가 외국에 매각돼 나간 것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빅토리아 미술관이 조선 후기 책가도와 연화도, 달항아리를 국내에서 사들여 소장한 사례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두 상업 화랑의 아트페어 출품이 국내 고미술품의 국외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고미술품 출품 작업에 관여한 김양수 두손갤러리 대표는 “복잡하고 엄격한 문화유산 반출 절차 때문에 국내 화랑들이 고미술품의 국외 거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아트페어 출품이 우리 문화유산 실물을 국외 미술기관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파프는 1988년 창설된 유럽미술재단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와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는 판매 전람회로, 아트바젤·프리즈와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곤 한다. 봄과 가을로 나눠 장터가 열리는 뉴욕에서는 근현대미술품을 주로 다루며, 마스트리흐트에서는 동서양의 고대·중세·근세기 고미술품과 골동 기물, 고서 등을 주로 내놓고 거래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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