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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상자를 낳은 세종포천고속도로 세종안성 9공구 교량 상판 붕괴 사건이 발생하기 사흘 전인 지난 22일 주민 김오식씨 차량 블랙박스 후면에 담긴 붕괴 전 모습(왼쪽)과 붕괴 하루 뒤인 26일 현장 모습. 사진 김오식씨·연합뉴스
“끼이익 하는 중장비 기계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나더니 순간 폭삭 무너졌습니다.”

지난달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를 목격한 최초 신고자 김오식(54)씨의 말이다. 당시 김씨는 세종~안성구간 9공구 청용천교 공사 현장 사고 현장에서 불과 60m 떨어진 곳에서 차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입장면에서 만난 김씨는 “사고가 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지금도 섬뜩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출근을 하려고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집에서 5m도 못 나왔는데 기계가 급제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며 “굉음이 울리면서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 부부는 사고 현장을 등진 채 이동 중이어서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차에 타기 전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작업자들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씨는 “중장비(빔 런처) 쪽에 6~7명, 오른쪽(세종 방향)엔 2명이 작업을 하는 모습을 봤다”며 “차에서 내려 현장을 보니 상판이 무너져 있어 곧장 119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김씨 주택 처마에 달린 마당을 비추는 CCTV엔 붕괴 직전 진동과 굉음에 쏜살같이 안전한 곳 쪽으로 도망을 치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모습이 담겼다. 김씨는“동물들은 미리 알았던 것처럼 무너지기 직전에 몸을 숨겼다”고 했다.

세종포천고속도로 교량 붕괴 현장에서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마을에 거주하는 충남 천안 입장면 도림리 주민들이 지난달 28일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을 하는 동안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와 시공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 시공사 장헌산업, 강산개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전담수사팀은 장헌산업 관계자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관련자 조사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4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큰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사망자 4명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중국 국적 희생자 강모씨의 발인을 끝으로 장례를 모두 마쳤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두 달간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사조위는 위원장을 맡은 양은익 강릉원주대 교수 등 산·학·연 중심 민간 전문가 총 12명으로 구성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도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현장 조사, 관계자 청문 등을 통해 사고원인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안성시는 고립된 청룡마을 주민 지원과 도로 정비 등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전·현직 이장들이 사고로 고립된 청룡마을에 혼자 사는 어르신 15명과 함께 병원과 시장을 다녀왔다”며 “4일 도로 개통을 목표로 휴일에도 도로 정비를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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