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시국회의 세 차례 연쇄 성명
개신교 원로 김상근 목사는 “기독교인들부터 전광훈씨를 목사라고 부르지 말자”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공

“그 사람을 목사라고 지칭하면 안 돼요. 어떤 과정을 거쳐 목사가 됐는지를 떠나, 행태를 보면 목사가 아니에요.”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개신교 원로 김상근(86) 목사는 “전광훈 등 일부 자칭 기독교인들이 12·3 내란에 동조하며 극우적 선동과 폭력적 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기독교인들부터 전광훈씨를 목사라고 부르지 말자”고 제안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교회협) 시국회의 상임대표다. 시국회의는 “교회의 이름으로 선동과 폭력을 일삼는 전광훈 등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성도들에게 호소한다”며 지난달 20일 ‘거짓 예언자들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구는 ‘개신교 극우화 현상’과 관련해 세 차례 연쇄 성명을 예고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김 목사는 “13년 전 발병한 척추 질환으로 걷는 게 불편한데 집회에 나가기 위해 보행기를 구입했다”며 웃었다.

“혐오와 차별, 반지성과 반역사성으로 오염되고 타락한 집단은 이미 기독교가 아닙니다.” 김 목사는 “이단은 기독교 안에서 궤를 달리하는 건데, 전광훈 집단은 이단 정도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라며 “그가 공적인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았느니 하면서 문제 삼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기독교는 평등과 사랑이 핵심인데, 배제와 차별과 배척에 근거하고 있으니 기독교일 수가 없는 거죠.”

시국회의는 12·3 불법 내란이 일어날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해 10월10일 발족했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교회협이 정치·사회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띄운 기구다. 김 목사는 “정국 돌아가는 걸 보니 출구가 없었고, 무슨 황당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판단했다”며 “마음이 급해 서둘러 기구를 출범시켰는데, 두달도 못돼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떠올렸다. 시국회의엔 교회협 산하 프로그램별 위원회 대표와 청년·여성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시국회의는 성명에서 “거짓 예언자를 조심하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다가오지만 속은 사나운 늑대다”란 성경 구절(마태복음 7:15)을 인용했다. 김 목사는 “전광훈이야말로 거짓 예언자”라고 단언했다. “전광훈은 일종의 마약과도 같아요. 잠시지만 뭔가 되는 것 같고,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거죠.” 김 목사는 “전광훈으로 인해 한국 교회가 조롱받고, 복음 가치가 훼손당하고 있는 게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발호와 광란이 너무 심해요. 그가 현재 한국 기독교의 대표성을 지닌 것처럼 돼버렸어요. 비슷한 부류 목사들도 경쟁적으로 나와 교인들을 동원하고 있는데, 현혹되면 안 됩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14일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의 주류 교단들은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개신교 극우화 현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게 요즘 기독교계의 현실이다. 김 목사는 “대형 교회 목사님들과 전광훈의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짚었다. “전광훈과 주류 대형 교회들이 똑같이 반공주의를 토대로 삼고 있어요. 윤석열도 입만 열면 종북좌파를 말하잖아요. 전광훈을 비판하면 자신들의 한쪽 팔을 꺾어내는 셈이 되는 거죠.”

수직적인 위계가 없는 개신교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교계가 전광훈 등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긴 어렵다. 김 목사는 “교단·교파별로 목사 안수를 주는 과정부터 파면과 징계 절차 등이 다 달라 교계 차원에서 그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교인들이 깨쳐서 전광훈을 바로 알고 유혹의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개신교 차원의 반성과 책임도 거론했다. “교인들이 전광훈한테 빠져든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어요. 민중의 실존적인 아픔과 고통을 극복하는 신앙적인 바른 힘을 주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부터 반성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수도교회 담임목사직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무, 교회협 대외협력위원장, 기독교방송(CBS) 부이사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권 시절 한국방송(KBS) 이사장으로도 재직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707 '집에 혼자 있다 화재' 초등생, 닷새 만에 숨져…장기 기증(종합) 랭크뉴스 2025.03.03
43706 연세대 ‘휴학 동참 압박’ 의혹 수사…의대 10곳은 수강 신청 0명 랭크뉴스 2025.03.03
43705 악마 남편 충격 만행…'목 꺾은 뒤 폭행' 체벌 수위도 정했다 랭크뉴스 2025.03.03
43704 임기 3년 단축 개헌론 부상… ‘열쇠’ 쥔 이재명은 선긋기 랭크뉴스 2025.03.03
43703 "빚 2억인데 한 달에 75만원 벌어요"…20대 몰려간 온라인 쇼핑몰 폐업 속출 랭크뉴스 2025.03.03
43702 “고소·고발 남발하는 학교에 분노”…개강 코앞, 동덕여대 학생들은 아직 거리에 랭크뉴스 2025.03.03
43701 ‘오스카’ 기립박수 받은 소방관들…블랙핑크 리사, K팝 최초 공연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03
43700 "5수 끝 'S대학' 입학, 21년 만에 졸업"…'슬의생' 김대명 무슨 일 랭크뉴스 2025.03.03
43699 출생률은 줄었지만 쌍둥이 출산은 오히려 늘었다? [이슈픽] 랭크뉴스 2025.03.03
43698 [단독] ‘황의조 불법 촬영’ 피해자 “꽃뱀처럼 프레임 씌워” 랭크뉴스 2025.03.03
43697 “헌재 쳐부수자” 광장 정치 빠진 국힘…커지는 ‘중도 이탈’ 공포 랭크뉴스 2025.03.03
43696 '엘·리·트' 팔고 잠실 5단지로…'실거주 의무'에도 갈아탄다[집슐랭] 랭크뉴스 2025.03.03
43695 민주 ‘헌법재판관 임기연장’ 법안 발의… 2017년 국회 검토 보고서엔 “위헌소지” 랭크뉴스 2025.03.03
43694 학교선 '제적' 선배는 '휴학' 압박…답답한 의대 25학번 "1학점만 들으면 되나" 랭크뉴스 2025.03.03
43693 미국 핵항모 부산 입항…“한·미동맹 강화·유지 방증” 랭크뉴스 2025.03.03
43692 "5수 끝 대학 입학, 21년 만에 졸업"…'슬의생' 김대명 무슨 일 랭크뉴스 2025.03.03
43691 출국하면 끝… 렌터카 이용 외국인, 과태료 ‘먹튀’ 66% 랭크뉴스 2025.03.03
43690 ‘여야 합의’가 헌법보다 우위라는 한덕수·최상목의 초법적 발상 랭크뉴스 2025.03.03
43689 금리 더 내려갈 것 같은데···변동금리·고정금리 무엇이 유리할까 랭크뉴스 2025.03.03
43688 남편이 아내 살해 후 투신…골절상 입고 경찰에 검거 랭크뉴스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