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방미 성과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의 군함, 탱커, 쇄빙선 등 대형 선박을 장기 패키지로 발주할 경우 우선 제작해 납품할 수 있다는 협력안을 제안했고 미국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달 26~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조선·에너지·통상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안 장관은 미국이 대규모 선박을 패키지로 장기 발주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이 협력해 우선 제작해 납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고맙다”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제안을 위해 정부는 방미 전 주요 조선사들과 협의를 진행했다. 기존 발주 물량의 납기를 조정해 미국의 대량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안 장관은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미국의 관련 법·제도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연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의 이번 방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 기조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산업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통상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를 고려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캐나다·멕시코와 같은 강한 압박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신정부의 통상 압박 우선순위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안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도 발맞춰 한국이 가스를 중심으로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또한 대미 무역수지 균형 문제와 관련해 현대차 조지아 공장이 다음 달 가동되면 미국 내 생산이 증가해 무역적자가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 장관은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투자 환경 보장, 관세 조치 면제 등 한국 측의 관심사도 적극 전달했다. 정부는 미국의 통상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적 협력 파트너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후속 협상에서 우호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통상 당국은 실무 협상 채널을 유지하며 장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아직 정교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지금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보다는, 마라톤처럼 장기적인 협상을 통해 한국에 불리한 부분을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