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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미국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왕 만세” 일러스트를 올렸다. X 캡처
백악관 복귀 40여일이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다루는 ‘트럼프 행동학(Trumpology)’이 세계 모든 정치지도자가 숙지해야 할 필수과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와 달리 아첨하려는 각료에 둘러싸였으며, 더는 백악관 정치에 문외한이 아니어서 그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대만 연합보가 1일 지적했다.

트럼프 행동학의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트럼프 폭풍에서 최대한 벗어나기다. 그의 레이더에서 멀어질수록 좋다. 리더십 공백 상황인 한국이 자조적이지만 이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남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어 일단은 시간을 번 상태다.

둘째 트럼프가 공약하거나 선언한 것에 동의할 수 있다면 동의하려 노력하고, 찬성할 수 없다면 공개적으로는 비난하지 말라는 점이다. 파나마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를 회수하겠다고 선언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보내 대화를 시작했다. 갈등이 완화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파나마 대통령이 미군 군함에 대한 통행료 면제를 부인했다. 트럼프는 파나마 대통령과 통화를 취소하고 운하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지난달 27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왕이 서명한 편지를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셋째, 트럼프의 기분을 맞춰주며 협력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수법이다. 유럽이 이 방면에서 뛰어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서명한 트럼프 국빈초청 편지를 건네며 오벌오피스 회담에서 환심을 샀다.

환심 사기는 한계도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황금 쇼군 헬멧을 선물로 건네며 미국의 황금시대를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기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만 미 제철사 US 스틸 인수까지는 양보받지 못했다. 대만은 100억 달러(14조6100억원) 상당의 무기 구매를 제안했지만, 아직 트럼프와 접촉 채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결도 트럼프 행동학의 한 답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미국이 접수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주장하자 아랍 지도자들은 지난달 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모여 정상회담을 갖고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에 거부했다. 트럼프는 이후 ‘제안’일 뿐이라며 이례적으로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다. 반면 단결에 취약한 유럽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오벌오피스 참사까지 겪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9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칸 아메리카나’로 표기된 1661년 세계지도 앞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만 지명 표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양면전략 화제
트럼프 행동학에서 지금까지 모범 사례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꼽힌다. 그녀는 단 한 통의 전화로 트럼프의 명령을 철회하게 하여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 연기시켰다. 4일부터 유예했던 관세부과를 시행할 방침이지만 세율은 유동적인 상태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양면전술을 펼쳤다. 트럼프가 무역적자·펜타닐·불법 이민 공세를 펼치며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며 압박에 나섰다. 그러자 셰인바움은 북미가 ‘멕시칸 아메리카나’로 표기된 1661년 세계지도 앞에서 브리핑하며 반격했다.
그러면서도 2월 3일 트럼프 대통령과 45분간 통화에서는 마약 단속에서 미국과 협력에 동의하고, 경비대 증파를 약속했다. 관세 유예기한이 다가오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고위 두목 29명을 미국에 송환했다. 미국과 함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같은 세율의 관세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셰인바움 대통령을 “내가 매우 존경하는 여성”이라고 칭찬했다. 캐나다도 멕시코를 따라 국경 마약 단속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셰인바움 스타일 연구에 나섰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도 75%로 급등했다. 연합보는 “누가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 반드시 비굴하게 아첨해야 한다 말했는가”라며 멕시코 사례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푸틴 대통령의 트럼프 대처 방법이 국제사회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시진핑 ·트럼프와 같은 날 통화
트럼프 행동학의 고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에서 “중국에 좋은 속담이 있습니다. 호랑이가 계곡에서 싸우면 영리한 원숭이는 옆에서 누가 이기는지 기다린다”라며 미·중 사이에서 실리만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푸틴은 시 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미·러 연대를 의심하는 중국의 의구심을 해소했다. 미국과 접촉 현황을 설명하고 5월 모스크바 방문을 초대했다. 이날 푸틴은 트럼프에게도 전화를 걸어 러시아 내 희토류 광산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트럼프가 제안한 미·러 국방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에도 동의했다. 중국이 원한다면 군축에 참여할 수 있다며 미·중 등거리 전술을 취했다.



中 마오 통역가 “머스크·트럼프는 파시스트”
중국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케미스트리 연구에 1세대 미국 전문가까지 나섰다. 마오쩌둥의 영어 통역을 역임한 쯔중쥔(資中筠·95) 전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소장은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의 현재 수법은 독을 독으로 싸우는(以毒攻毒) 전략으로 어떤 면에서 부패를 폭로하는 것일 수 있지만, 시장경제의 ‘보수주의’로 간주할 수 없고, 오히려 파시스트 경향의 독재이자 중앙집권화”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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