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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징역
40년 흘러 '불법 수사' 재심 청구했지만
검찰 "증거 부족, 석방 후 조사 가능성도"
법원 "검찰 주장 가능성 낮아" 재심 결정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뉴스1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피해자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여러 불법 수사 정황에도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재심을 반대했지만, 법원은 과거 수사관행에 비춰봤을 때 검찰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홍윤하 판사는 최근 정진태(72)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홍 판사는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으로 보이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재심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이던 정씨는 1974년 대표적 용공조작 사례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휘말려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제적됐다. 1980년 3월 복학했지만, 그해 '서울의 봄' 대학 시위를 벌인 배후로 지목돼 다시 제적 당하고 독서실을 운영하며 복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씨는 1983년 2월 15일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독서실에서 검거돼 재차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검경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토대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돼 2년 3개월을 복역하다 1985년 5월 가석방됐다.

37년이 지난 2022년 정씨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독서실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 문제가 돼 억울하게 옥살이했다는 취지였다. 민청학련 사건은 2009년 재심에서 이미 무죄가 확정됐다.

정씨는 당시 경찰이 영장 없이 자신을 체포한 뒤 남영동 대공분실에 넘겼고, 그 곳에서 구타와 협박을 당한 뒤 다시 경찰로 인계됐다고 주장했다. 가석방 되기 위해 '전향서'도 제출했지만 엄격한 감시와 사찰이 계속된 탓에 변변찮은 직장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2023년 진실화해위에서 조사 개시가 결정되자, 정씨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긴급체포 대상이 아닌 자신을 경찰이 10시간 가량 잠복근무 끝에 연행했지만 △영장은 3월 9일에나 발부됐고 △집행도 유치장에서 된 점을 근거로,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경찰 수사기록상 '검거'의 의미를 '체포'로만 볼 건 아니라며 재심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전적 의미만 보면 '체포'로 읽히긴 해도 경찰은 수십년 째 '검거'를 '입건'의 뜻으로 혼용해 쓰고 있어, 당시 경찰들이 정씨를 일단 돌려보낸 뒤 소환 조사를 했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사건을 엄중히 다루던 1980년대 사회상을 감안했을 때, 수사기관이 어렵게 붙잡은 피의자를 석방했다가 뒤늦게 영장을 발부 받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봤다. 정씨가 불법적으로 수사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정씨 사건을 담당한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검사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공익의 대표자"라며 "직권재심을 통해 과거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재심 개시를 방해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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