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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넥스트레이드 출범…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
3월 말 공매도 재개에 고평가 종목 조정 예상
트럼프로 먹구름 낀 미국 시장, 국내 증시 하방 요인

국내 증시가 방향성 없이 움직이다가 마지막 날에 크게 빠진 한주(2월 24~28일)였다. 엔비디아의 향후 이익 전망치가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각) 8.5% 급락하자 다음 날인 28일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하루 만에 3% 이상 빠졌다. 2월 24일 2636.12포인트(p)에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28일 2532.78p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는 776.94p에 출발해 743.96p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코스피·코스닥 지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통상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엔 호재다. 금리가 낮을수록 은행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져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 증시에선 이 같은 명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증권가에선 오는 31일 시작될 공매도를 앞두고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공매도란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주문을 내고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사 갚고 차익을 챙기는 기법인데, ‘매도’가 기반이라 주가를 끌어내린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재개 직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업종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며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이 공매도 재개 직후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3월 3~7일)는 PBR이 높은 종목 위주로 매도가 쏟아질 수 있다. PBR은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기업이 가진 순자산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이 비싸다는 뜻이다. PBR이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에서 PBR이 높은 종목은 SK바이오팜, HD현대마린솔루션,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시프트업, 한미반도체 등이다. 코스닥시장에선 푸른소나무, 알테오젠, 뷰노, 닷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PBR 상위 5개 업체다.

다만 기업 실적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과거 3차례의 공매도 재개(2011년 8월 10일, 2011년 11월 10일, 2021년 5월 3일) 이후 첫 달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도 “종목의 주가를 결정하는 건 당연하게도 수급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적과 성장, 시장 환경”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주 있을 또 하나의 제도적 변화는 제2의 한국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개장이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부터 준비한 제도가 10년 만에 문을 연다.

그동안 증권사는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주식을 주문하면 이를 들고 한국거래소로 가 체결할 물량을 탐색해 왔다. 이달 4일부턴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증권사는 고객의 주문을 한국거래소로 보낼지, 아니면 넥스트레이드로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거래 체결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도 충분히 저렴한 수수료와 신속한 거래 체결 속도를 갖추고 있어서 두 측면에서 투자자가 효용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거래 시간이다.

지난달까지 투자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장에서 주식을 거래했는데, 오는 4일부터 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확대된다. 한국거래소는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지만 넥스트레이드가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하면서다. 오후 3시 30분 이후에 주식 주문을 내면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가 체결된다.

모든 증권사에서 저녁 거래가 가능한 건 아니다. 시스템 구축을 마친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LS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에서만 된다. 나머지 증권사는 추후 저녁 거래를 시행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AFP연합

한편 미국 시장의 전망이 당분간 밝지 않다는 점은 우리 증시의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 움직임은 미국에 동조(커플링)하는 경우가 잦다.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의 영향이 크다. 원래라면 2월 4일부터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가 국경 안보 강화를 약속하면서 시점을 1개월 유예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각료회의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4월 2일부터 부과한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결국 이달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대표지수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52% 빠졌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9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5% 밀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신이 있을 때까지 글로벌 자금의 미국이 아닌 국가 선호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가 꺾일 수 있다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지난 주(2월16∼22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가 24만2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주보다 2만2000건 증가한 수준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다.

고용은 줄었는데 인플레이션은 고개를 들고 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3.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건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국가와 관세 전쟁을 펼치면서 오히려 미국 경기가 입을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정책 실행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제)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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