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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의무 덜한 비상장 시장 투자 유의해야”
제도적 보완도 필요
픽사베이


사회초년생 A씨는 사업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비상장 업체를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피버트 그룹의 홍보 문구를 보고 1000만원을 투자했다. 조만간 상장을 기대하고, 두배, 세배 수익률을 꿈꿨다. 비상장사가 상장될 때까지 관리를 해준다는 업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구를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소송뿐이었다.

최근 “곧 상장된다”는 말로 4만명이 넘는 투자자에게 비상장 주식을 사라고 현혹한 불법 다단계 조직의 임원진이 법원에서 무더기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 판매금액만 약 5300억원에 달한다. 비상장주식 관련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만큼 비상장주식 거래의 정보 비대칭성을 보완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일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부산지법 형사10단독 조서영 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피버트그룹 대표 김모씨에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약 3억1811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피버트 그룹 산하의 판매법인을 운영한 대표 6명은 징역 2년~2년6개월 실형을, 나머지 법인 대표 두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피버트 산하 법인(7개)에도 벌금 3억원이 선고됐다.

피버트그룹을 설립한 김모씨는 서울·수도권·경상·전라 등 전국에 5개 판매법인을 세워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비상장주식을 불법으로 판매해왔다. 피버트 그룹이 비상장 주식을 발굴해 매수·양도받으면 이를 판매법인에 매도하고 판매법인이 투자자에게 비싸게 판매하는 구조였다.

판매법인은 계약이 성사되면 판매원에게 판매대금의 8.5~12.5%를 수당으로 지급하거나 승진시켰다. 판매원을 모집한 상위 판매원에게도 1~4%의 수당을 지급하는 불법 다단계 형식으로 운영됐다.

피버트그룹은 SNS 등에서 ‘사업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비상장업체를 발굴·검증해 상장 등 엑싯(투자회수)할 때까지 관리한다’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실제로 판매 종목 중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없었다. 그렇게 판매한 비상장주식 규모만 약 5284억원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만 4만6500명이 넘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매법인까지 대대적으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는 이를 토대로 민사소송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대리인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판결 내용을 토대로 판매법인과 피고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딸의 결혼자금을 투자한 투자자 등 피해자들은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도 지적했다. 피해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경향신문에 “유사범죄가 계속 생기는데도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한 부분에 비참하다”며 “가해자들이 민사와 향후 재판에서도 알맞는 죄값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처럼 비상장주식은 미래 상장 가능성을 보고 싼 가격이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장사보다 공시의무가 덜하고 공시항목도 적어 투자사기 등 범죄의 타깃이 돼왔다. 지난달 LG CNS 기업공개(IPO)를 앞두고도 CNS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투자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비상장 시장은 현재로선 관리체계에 들어올 수 없고 선별적 투자가 필요해 주의를 요구하는 시장”이라며 “금융당국은 공시를 강화하고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을 늘려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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