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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다이어트 단톡방, 8세까지 가입
중고생 44% “초교때 다이어트 시도”
검증 안된 식욕 억제제 섭취 우려도

“전 2015년생이고요. 키 140㎝에 몸무게 40㎏입니다. 목표는 35㎏이에요.”

‘초등학생 다이어트’로 검색하면 나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참가자들이 올린 자기소개 일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2일 2012~2018년생이라고 소개한 초등학생 140여명이 참여해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이곳에는 “마르면 마를수록 좋다”거나 “밥을 먹은 뒤 후회했다” 등의 대화가 하루에만 300건 넘게 올라왔다.

성장기에 지나치게 마른 몸을 선망하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초등학생이 늘고 있다. A양은 유튜브에 하루 동안 젤리와 컵라면 하나만 먹고, 줄넘기와 맨몸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했다. A양의 몸무게는 41㎏에 불과했지만 스스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B군(12)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맞은 겨울방학 목표를 ‘다이어트’로 잡았다. 매일 한 번 이상은 자신이 사는 9층 아파트를 걸어서 올라가는 운동 계획을 실행 중이다. B군은 “맘에 드는 이성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다이어트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아이돌과 비슷한 몸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통통한 몸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는 싫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2023년 15세 이상 중고등학생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다이어트를 경험한 나이도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15세 응답자의 경우 평균 12.8세에 첫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때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은 43.9%에 달했다.

SNS 영향으로 다이어트 보조제 유혹에 빠질 위험도 커졌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어린이도 안전하게 보조제를 섭취할 수 있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다이어트 보조제는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연령 제한 없이 판매된다. 대표적 다이어트 성분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어린이와 임산부 등의 경우 먹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식약처는 초등학생 대상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 판매 사이트와 SNS의 부당 광고를 상시 점검해 연간 2만여건의 사이트 차단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의 주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권고사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후 조치에만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재발 방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욕 억제 보조 식품을 이용하면 더 무리한 절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 성장기에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분이 결핍되면 정상적인 성장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모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발육이 덜 된 초등학생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연예인 등의 마른 몸을 무작정 선망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123사춘기’ 교육을 진행하는 김조은 강사는 “외모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이를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이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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