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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일 은행채 5년물을 지표로 하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포인트 낮춘다. 신한은행도 최대 0.2%포인트 정도 가산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또 오는 5일부터는 개인신용대출인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떨구기 시작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는데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재민 기자
문제는 잡힐 줄 알았던 가계부채 상승세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달 전체 금융권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약 5조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본격 이사철이 시작하기 전인 2월은 원래 가계대출 비수기다. 이 때문에 전월 대비 2월 가계대출 잔액은 2022년(-3000억원)·2023년(-5조3000억원)·지난해(-1조9000억원)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5조원 내외의 증가세를 기록한다면, 2월 증가분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게 된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736조2772억원) 전월 말보다 2조6184억원 늘면서, 작년 9월(5조6029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일시적 영향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시작한 만큼, 2월이 상대적으로 영업일수가 늘어 대출받은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달 정책대출이 2~3조원 정도 나가기 때문에 실제 지난달 은행 자체 대출은 1~2조원 정도만 는 것”이라며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수기인 2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대출금리 인하를 놓고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딜레마’도 커질 전망이다. 내수 부진 등을 생각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해지면 지난해 7~8월에 나타났던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급등세가 다시 재현될 수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커지면,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오는 7월 시행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에서 수도권의 대출 한도를 지방보다 더 낮추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지역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막을 가능성도 검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효과는 오는 3~4월 가계대출 잔액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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