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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 ‘에밀리아 페레즈’
‘에밀리아 페레즈’는 멕시코 ‘마약왕’(오른쪽)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그린나래 미디어]
“난 여자가 되고 싶어.”

허스키한 저음, 백금으로 뒤덮인 치아, 얼굴에 새긴 문신, 위압적 체구.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는 일도 서슴없이 하던 ‘마초’가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털어놓는다. 마니타스는 리타의 도움을 받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얻는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에밀리아 페레즈’는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 후 9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던 화제작이다.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의 첫 뮤지컬 영화로, 스페인어로 진행된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올해 골든글로브 4관왕, 영국 아카데미 2관왕을 기록했다. 3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상에서는 작품상·감독상을 비롯해 13개 후보로 올랐다. 영어로 만들지 않은 영화가 아카데미 최다 후보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판’(2015) 등을 통해 이민자·난민 등 사회 주변부의 삶을 그려온 오디아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누아르·멜로·코미디 등 장르적 요소를 다채롭게 버무렸다. 빨간 정장 차림으로 부패한 멕시코 상류층 앞에서 춤추는 리타의 노래 ‘엘 말(악마)’, 마니타스의 아내 제시(설리나 고메즈)의 ‘미 카미노(나의 방식)’ 모두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은 배급사 공식인터뷰를 통해 “구원에 관한 이야기”라며 “에밀리아가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그 자체로 미덕”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에밀리아가 된 마니타스와 그의 아내 제시, 그리고 변호사 리타에게 생기는 삶의 변화를 그린다. 리타는 수술한 에밀리아가 4년 뒤 두 아들과 만나도록 돕는다. 에밀리아는 마약 범죄에 연루돼 실종된 사람들을 돕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실종자 가족과 만난다. 그러나 리타와 제시는 여전히 에밀리아와의 관계에서 폭력성을 느낀다.

마니타스와 에밀리아 캐릭터를 모두 소화한 배우 가스콘은 2018년 실제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칸영화제에서 트랜스젠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같은 부문 후보로 올라가 있다. 한편 가스콘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썼던 글들이 최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슬림은 인류의 혐오”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의 오스카는) 흑인·한국인 축제, 흉한 시상식” 등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개봉한 남미에서는 멕시코를 범죄 소굴로 묘사하고, 스페인어 대사가 어색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8개 부문 후보 오른 ‘콘클라베’
교황 선출 과정을 추리극 형식으로 그린 영화 ‘콘클라베’. [사진 디스테이션]
어느 날 바티칸에 118명의 추기경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황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 교회의 80세 미만 추기경이 다 모인 것이다. 지금 현실의 상황이 아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콘클라베’ 얘기다.

‘열쇠로 잠근 방’이란 뜻의 ‘콘클라베(Conclave)’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교황 선종 시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투표로 새 교황을 뽑을 때까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생활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콘클라베’는 이 비밀 투표 현장을 긴장감 있게 그린 스릴러물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차기 교황 선거를 이끄는 추기경단장 로렌스(랄프 파인즈)다. 최근 “기도에 어려움을 겪어온” 그는 단장직을 사임하고 바티칸을 떠나려 했으나 교황의 반려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새 교황 선거의 위원장 역할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선거를 최대한 올바르게 이끌고자 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선거는 궁극적으로 ‘자리다툼’일진대 윤리적인 선거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콘클라베가 시작되자 로렌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그의 눈에 새 교황 후보들은 모두 의심스럽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진보와 보수 진영 후보 사이의 대립도 첨예하다. 진보주의자 벨리니 추기경(스탠리 투치)은 보수파 규합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절실하다. 반면 “교회가 진보주의에 의해 잠식돼 타락했다”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 테데스코 추기경(세르조 카스텔리토)은 교회를 옛날처럼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표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건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대변한다. 동성애와 낙태, 그리고 여성의 권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그 중 하나다. 결국 작은 반전으로 이어지던 드라마는 충격 요법에 가까운 마지막 반전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전한다.

영화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했다. 최근 영국 아카데미상인 바프타(BAFTA)에서 최우수 영화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았으며, 3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로렌스 역 랄프 파인즈가 남우주연상을 받을지 주목된다.

영화 ‘콘클라베’의 메시지는 자신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의구심으로 고뇌하는 로렌스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확신이 가장 두려운 죄이며, 통합과 포용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이라는 그의 대사는 극단적인 믿음과 반목, 배신으로 오염된 오늘날 정치 현실에 대한 통렬한 일침으로도 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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