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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완 목사, ‘극우화 경계’ 교회 연서명 제안한 이유


부산 맑은물교회 하창완 목사(62·사진)는 지난달 26일 참회의 고백을 담은 ‘극우화를 경계하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시국선언문을 공개하고 연서명을 제안했다. “하나님의 정의가 왜곡되고 많은 시민과 그리스도인의 값진 희생으로 세워진 민주사회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교회 내외의 잡음과 분열을 염려해 자제한다는 명목으로 공개적으로 기도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하지 않았다. 이를 엎드려 참회한다.” 반향이 적지 않았다. 이틀 만에 개인 1484명, 교회 128개, 기관 22개가 이름을 올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의 특징 중 하나는 일부 개신교 목사와 단체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3·1절인 지난 1일 서울 곳곳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서울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여의도 집회는 세이브코리아를 이끄는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했다.

하 목사는 2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주변 목회자들과 함께 연서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 목사가 주도한 연서명은 전 목사를 향해 “목사를 사칭하고 성도를 선동하는 일을 멈추라”고 했다. 그리고 “기독교 고신총회는 손 목사를 목사직에서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하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을 가진 목회자들이 10년 전쯤부터 모여 공부하고 있다”며 “전 목사와 손 목사가 엉터리 소리를 하는 것은 교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이기에, 교회 내부자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가자고 행동을 촉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 목사는 198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직된 이후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하 목사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극우적 목소리가 대대적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왕적 위치를 차지하는 목회자가 정치 구호화된 혐오 발언을 하고 그것이 신앙적으로 맞다고 얘기한다”며 “거의 집단적 세뇌에 가까운 설교로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목사는 이런 상황이 ‘교회의 노령화’와도 연결된다고 봤다. 그는 “교회가 차츰 우경화되면서 나오지 않는 청년이 조금씩 늘었다”며 “남은 신도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극우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내에서 다양한 자정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극우화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 목사는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교회들의 개혁 운동이 차근차근 힘을 얻게 되면 교회에 대한 신뢰가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신도에겐 비판적이고 상식적 사고를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비신도에겐 교회 내에서 애쓰는 이들이 있음을 믿어주고 계속 쓴소리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는 5일까지 서명을 추가로 받아 2차 발표를 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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