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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맑은물교회에서 20년간 목사 생활을 한 하창완 목사가 말하고 있다. 하 목사 제공


“하나님의 정의가 왜곡되고 많은 시민과 그리스도인의 값진 희생으로 세워진 민주사회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교회 내외의 잡음과 분열을 염려해 자제한다는 명목으로 공개적으로 기도하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하지 않았다. 이를 엎드려 참회한다.”

부산 맑은물교회에서 20년간 목회를 한 하창완 목사(62)가 이러한 ‘고백’을 담은 연서명을 지난달 26일 공개하자, 이틀 만에 개인 1484명·교회 128개·기관 22개가 모였다. 하 목사는 “교회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현 상황에 대해 회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198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직됐고, 이후 복직 대신 목회자 길을 걸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절인 지난 1일 서울 곳곳에선 개신교 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서울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서울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여의도 집회는 세이브코리아를 이끄는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했다.

하 목사가 주도한 연서명은 전 목사에게 ‘목사를 사칭하고 성도를 선동하는 일을 멈춰라’고, 손 목사에 대해선 ‘기독교 고신총회는 손 목사를 목사직에서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하 목사를 지난 2일 전화로 만났다.

하 목사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주변의 목회자들과 함께 연서명을 시작했다. 하 목사는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을 가진 목회자들이 10년 전쯤부터 모여 공부하고 있다”며 “전 목사와 손 목사가 엉터리 소리를 하는 것은 교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이기에, 교회 내부자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가자고 행동을 촉구하고자 했다”고 했다.

손현보 목사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개신교 내 극우적 목소리가 대대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하 목사는 “제왕적 위치를 차지하는 목회자가 정치 구호화된 혐오 발언을 하고 그것이 신앙적으로 맞다고 얘기한다”며 “거의 집단적 세뇌에 가까운 설교를 이어가면서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 목사는 현 상황이 ‘교회의 노령화’와도 연결된다고 봤다. 그는 “전부터 교회가 차츰 우경화되면서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조금씩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50대 성도가 (교회 안에서는)젊은이가 되고 있다”며 “남은 신도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카카오톡(단톡방)을 통해 극우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교회 내부에서 우경화를 막기 위한 자정 운동이 다양하게 일어났지만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극우화 흐름을 막기 어려웠다. 하 목사는 “평신도 교회들이나 생업을 하면서 목회하는 목회자 등이 주도해 마을 운동이나 생태 운동 등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왔다”며 “이들이 탄핵 정국에서는 탄핵 촉구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교회가 독립된 단위로 움직이면서, 다양성이 확보되기보단 되레 (극우화에 대한) 자정이 잘 안되는 현실”이라고 했다.

하 목사는 “현재는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봤다. 그는 요즘 비신도를 만나면 “목사로서 죄송하다”고 말한다. 하 목사는 “사람들은 말로만 그러지 말라고 답한다. 그러면 하나라도 더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연서명도 그 다짐의 연장선이다.

그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교회들의 개혁 운동들이 차근차근 힘을 얻게 되면 교회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신도에겐 비판적이고 상식적 사고를 하는 노력을 하라고, 비신도에겐 교회에 대해 답답함이 있더라도 애쓰는 이들이 곳곳에 있음을 믿어주고 쓴소리를 계속해서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하 목사는 오는 5일까지 연서명 참여자들을 추가로 받고 2차 발표를 할 예정이다.

[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전광훈·손현보 ‘파워게임’…극우의 ‘주목경쟁’ 자극적 공격성 표출”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말마다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각각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이는 현직 개신교 목사들이다. 광화문 집회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여의도 집회는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를 이끄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주도한다. 특히...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9060001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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