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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연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우 세력 지지를 받아 당권 등에 도전하려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옹호 주장을 당 지도부가 이어받자, 이제는 ‘헌법기관 타도’를 공개적으로 내뱉는 의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헌문란 발언’을 자신의 얼굴 알리기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1일 서울 광화문·여의도에서 극우 단체가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는 40명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국회 해산과 정치인 체포를 획책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극우 집회에 108명 의원 중 3분의 1 넘는 이들이 참석한 것이다.

김기현·나경원·박대출·윤상현 등 중진 의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극우적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서천호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이었다. 초선으로 당 안팎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던 서 의원은 “공수처·선관위·헌법재판소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왔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주장했다. 초유의 법원 공격으로 대량 구속기소 사태를 부른 서울서부지법 폭동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헌법기관인 헌재와 중앙선관위 ‘타격’을 여당 의원이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경찰대 1기 출신인 서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부산지방경찰청장·경기지방경찰청장·경찰대학장을 지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곧바로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이어진 이석기 의원 사건을 수사했다.

2014년 국가정보원·법무부·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총 한 자루, 실행 계획, 실행 능력도 없는 당원 토론을 근거로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며 통합진보당 해산을 밀어붙였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선동 혐의로 기소했다.

헌재는 정당해산을 결정하면서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까지 빼앗았다. ‘윤석열 방어권 보장’ 의결을 주도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당시 헌법재판관이었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대역 행위” 등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용어를 써가며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적극 나섰다.

12·3 내란사태는 통합진보당 사건에 견줄 바가 아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장기간에 걸쳐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 12·3 내란사태는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무장한 군병력이 실제 투입되는 상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헌재 변론과 검찰·경찰 등의 수사를 통해 1년 가까운 내란 모의 과정과 사전 계획 전모도 드러났다.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2017년 10월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으로 2014년 국정원 2차장에서 물러난 서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재판 방해 △이명박 정부 시절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가담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불법 조회로 각각 기소돼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 수사·기소를 지휘한 것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2023년 댓글 여론조작 사건 상고를 돌연 포기하며 유죄가 일찌감치 확정된 서 의원은 피선거권이 없는 상황에서 출마를 준비했다. 4·10 총선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2022년 12월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만 두 번째 특별사면이었다. 특히 사면·복권 발표 전 비공개로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역 정가에서는 ‘사면 약속이 사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교묘하게 마사지한 발언으로 극우 줄타기를 하는 중진의원들과 달리 대놓고 헌법기관 공격을 선동하는 초선 서천호 의원의 발언은, 그의 내란 사건 수사 이력과 어두운 과거까지 들춰내며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극렬 지지층들에게 탄핵 불복을 선동하고, 폭동을 사주하고 나섰다”며 서 의원 제명을 요구했다. 헌법은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4년 12월10일 경남 사천·남해·하동이 지역구인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 근조화환이 설치됐다. 독자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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