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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교통수단 통합브랜드 ‘GO SEOUL(고 서울)’을 소개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매체를 통해 고가 거래 사례가 부각됐다.”(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지정돼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9월 이후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관망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움직였다. 매도인들은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많게는 5억원씩 올리기 시작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에 한번 직전(2021년) 최고가 경신거래가 몰렸었기 때문에 지금은 관망세였는데 (서울시의) 발표 이후 매수문의는 정말 많이 왔었다”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주 발표한 2월 넷째주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서도 강남3구의 상승세는 뚜렷했다. 송파구는 전 주 대비 0.58% 상승했으며, 강남구(0.38%), 서초구(0.25%)도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서울 평균 상승폭(0.11%)보다 최대 5배 이상 큰 수치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그동안 억눌려왔던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의 아파트값이 반포와 키맞추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얘기다.

서울시는 전면으로 반박했다. 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잠·삼·대·청 아파트 거래 분석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전 대비 거래량은 증가했으나,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전반적인 가격급등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발표했다.

2일 서울시의 실거래기반 거래동향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토허제 해제 전 1월 30일~2월 12일 잠·삼·대·청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41건이었고, 해제 이후 2월 13~26일까지 거래량은 47건(계약일 기준)으로 다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거래된 아파트 평균 가격은 해제 전후 3.3㎡당 1억230만원에서 9751만5000원으로 되레 5%가량 하락했다. 서울시 발표대로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오히려 거래 숨통은 트였고, 매매가격도 낮아진 셈이다.

서울시는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는 실거래가격 외에 부동산중개업소의 의견, 매물정보,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한 표본가격으로 실거래가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네이버지도


실제 최근 한 달간 강남 3구에서 실제 거래된 아파트 매매가격을 살펴보면 해제 이후 직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계약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치동 선호아파트 중 한 곳인 대치삼성1차의 경우 지난달 24일 전용 84㎡(고층)의 매매가격은 22억1000만원으로, 직전 거래가(1층·25억원)보다 2억9000만원 낮다. 같은 동의 직전 거래가(18층·24억9000만원)보다도 2억8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시 “호가는 올렸는데 눈에 띄는 상승거래 없어”

시 역시 “토허제 해제로 시장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전체적인 가격 폭등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 단지에서 호가가 3억~5억원 상승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 전부터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 있었고, 강남3구에 진입할 수 있는 가격 자체가 하나의 ‘허들(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해제에 따른 급격한 가격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주택시장에서 토허제가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규제는 ‘2년 실거주 의무’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종전에는 거주목적의 수요만 집을 살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가능해졌으니 아파트 거래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남3구는 토허제 지정 이후에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만큼 해제가 돼도 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상승거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전세가율’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가율이란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을 뜻한다. 강남구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기준 42.7%로, 서울 평균(53.9%)보다도 낮다. 송파구(46.5%), 서초구(47.2%)도 낮은 편이다. 전세가율이 높을 수록 매수자가 부담하는 자금은 줄어든다. 강남의 전용 84㎡ 아파트 한 채(30억원)를 갭투자로 구입하려면 적어도 18억원을 자기 자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토허제 해제에 따른 강남3구 아파트값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던 서초구 반포동의 대장 아파트와의 키맞추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전용 85㎡의 직전 최고가는 60억원, 직전 거래가는 55억원에 달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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