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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속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한 뒤 지난 1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도 멈춰섰다.

산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DDR4·낸드) 고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단가 하락에는 계절적 비수기 요인이 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장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범용 메모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범용 메모리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다.

다만 지난달 반도체 수출 실적만 놓고 반도체 시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분기나 2분기까지 범용 반도체 단가가 하락세를 보인 후 회복한다는 외부 기관들의 전망이 있다”며 “지금이 계절적 비수기인 영향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를 통해 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다고 밝힌 점은 국내 업계에 희소식이다. S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에 탑재되는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납품을 추진 중이다. 장 원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을 포함한 고부가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올해 정보기술(IT) 산업이 더디게나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전문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와 관세 부과 추진도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오히려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미국이 어떤 식으로 관세를 부과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 실적은 5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소폭 오르면서 수출 증가율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18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한 달 만에 43억달러 흑자 달성했다. 2월 수출액은 소폭 반등했지만 1∼2월 누적 수출액을 비교하면 올해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75% 감소해 수출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반도체와 함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7.8% 늘어난 61억달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양대 시장인 대중국·미국 수출 실적이 모두 100억달러를 밑돌았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95억달러였고, 대미국 수출은 1% 증가한 99억달러로 집계됐다. 2월 무역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4억5000만달러 증가한 4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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