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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국장 이탈 가속화
"가장 좋은 투자는 저축"···'욜로' 소비 끝난 지 오래
앱테크·카테크 등 '티끌 모아 태산' 목표 짠테크도 유행
보법 다른 MZ식 절약···공동구독 플랫폼·디지털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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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 “저랑 틱톡라이트 친구 초대 서로 해주실 분 구합니다. 댓글 달아주세요!”

최근 직장인 박 모(32)씨는 틈만 나면 접속하던 국내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대신 ‘앱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매일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박씨는 국장을 청산한 뒤 저축 비중을 대폭 늘렸다. 동시에 소액의 현금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를 종류별로 하고 블로그 체험단에 도전하는 등 소소한 부수입원을 찾아 나섰다. 박씨는 “온통 파란색인 주식 창을 보며 ‘더 물리기 전에 나오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최소한 저축은 원금 보장은 되지 않겠냐"면서 “요즘같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시기에는 덜 쓰고, 조금이라도 모으는 게 가장 좋은 자산 관리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고물가가 장기화하며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박씨와 같은 ‘짠테크(짜다+제테크,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해 자산을 불리는 방식)'족이 늘어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무지출 챌린지’ 유행에 더해, 앱테크·카테크(카드별 페이백 혜택을 받은 뒤 해지하는 식)등 ‘티끌 모아 태산’ 식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모(29)씨는 매월·매년 발생하는 유료구독 서비스 비용을 디지털가계부로 기록하고 있다. 장형임기자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절약·짠테크 방식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디지털친화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 가계부’와 앱으로 자산을 기록·분석하고, 공동 구독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를 아끼며, ‘온라인 집단지성'을 이용한 앱테크를 하는 식이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온라인 협업 툴 노션(Notion)을 이용해서 자신이 결제한 모든 유료 구독 서비스를 모두 정리해서 매달 발생하는 고정 지출을 파악하고 있다. 이씨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챗GPT처럼 꼭 필요한 유료 서비스는 구독 아이디를 여러 명과 함께 돌려 쓰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노션 외에 아이패드 전용 어플 ‘굿노트’, 갤럭시패드 전용 어플 ‘삼성노트’ 역시 디지털 가계부를 쓰는 도구로 흔히 활용된다. 이처럼 디지털 가계부를 작성하는 2030이 늘면서 전용 템플릿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2일 기준 ‘네이버 가격비교' 검색 결과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디지털 가계부 템플릿은 1000개가 넘는다.

노션·굿노트·삼성노트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가계부 템플릿이 판매되고 있다. 장형임기자


앱테크 같은 경우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빠르게 정보를 얻고, 모르는 이들과 ‘친구 초대용 링크’를 공유하며 효율적으로 현금성 보상을 얻는다. 통상 앱테크는 자신의 고유 링크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해당 앱을 설치하거나 실제 구매를 했을 때 포인트가 쌓이는데, 이를 커뮤니티 댓글로 공유하며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포인트를 얻는 것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회원 100만 명 규모의 한 제테크 커뮤니티에서는 ‘앱테크’가 가능한 십수 개의 어플 별로 리워드 퀴즈 정답을 공유하고, 각자의 링크에 접속해 주는 활동이 매일 이뤄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월 20~30만 원의 적립금을 모았다”는 후기도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이밖에 앱테크를 통해 모은 쿠폰과 통신사 할인 등을 통해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0원'에 구매하는 무지출 챌린지를 기록하고 할인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는 최근 1주일 사이에만 2000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지출 방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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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투자 열풍이 불던 청년층이 절약왕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고환율로 인한 국내 증시 이탈 등이 있다. 서울경제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연령별 투자자의 자산별 보유 비중에 따르면(지난달 21일 기준) 20대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전체 자산군에서 50.6%를 차지하며 1년 전(59.1%)보다 급감했다. 동시에 해외주식 비중은 16.6%→26.7%로 10%포인트 상승했다. 30대 역시 국내 주식 비중은 59.7%→52.2%로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 비중은 15.1%→23.6%로 크게 뛰었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리스크’ 등 경제 불확실성을 극도로 높이는 대형 변수가 연달아 등장한 탓에 당분간 투자는 미장에 집중하고 내수 시장 소비는 줄이는 ‘지출 방어’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12월 3일과 잔고 현황을 비교한 결과 2030 모두 국내 주식 비중은 0.3~0.5%포인트 줄고 해외 주식 비중은 0.8~1.2%포인트 늘어나는 일관된 패턴을 보였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미래 핵심 투자자인 청년층의 국내 증시 이탈이 심화하며 한국 증시의 성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지갑을 닫은 원인에) 고용시장 위축으로 2030 가운데 취업을 하지 못하고 소득이 없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난 점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장에서 떠나간 청년 투자자들을 아무 대가 없이 ‘돌아오라’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은 우리나라 기업이 혁신성을 갖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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