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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 해상에서 포착된 큰바다사자. 다큐제주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0분쯤 제주도 제주시 추자면 대관탈도. 외딴섬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던 양승혁 씨의 눈에 큼직한 덩치를 지닌 동물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치던 이 동물은 바위로 올라가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 했습니다. 고개를 쭉 빼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녀석은 이내 물속으로 퐁당 들어가버렸습니다.

"바당바위에서 낚시하고 있는데, 거북이 같은 게 지나가길래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거북이는 보통 머리만 보이는데, 이번에는 길쭉하게 올라오더라고요. 처음으로 물개를 본 건가 싶었죠." 양승혁 씨가 목격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이날 목격된 해양동물은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 문섬 해상에서 발견되더니, 이튿날 오전에는 바로 옆 법환동 해상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주도 섬 주변에서 연달아 목격된 해양동물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바다사자였습니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추자면 대관탈도 인근 바위에서 발견된 암컷 성체로 추정되는 큰바다사자. 시청자 양승혁

■ 제주 바다서 홀로 목격…"먹이 활동 중 무리에서 이탈한 듯"

큰바다사자는 러시아 극동과 미국 알래스카 최서단, 일본 홋카이도 북쪽 등 태평양 최북단 연안에 분포하는 해양포유류입니다.

전문가들은 암컷 성체로 추정되는 이 개체가 먹이 활동 중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잠시 제주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주 연안에서 큰바다사자가 살아있는 채로 목격된 건 처음"이라면서 "가족 단위 소수로 다니는 동물인데, 상태가 건강한 것으로 보아 먹이를 따라 가다가 무리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 해상에서 포착된 큰바다사자. 다큐제주

김 교수는 큰바다사자가 어구에 혼획되어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해양포유류인 큰바다사자는 물 밖에서 숨을 쉬고, 숨을 참고 바닷속을 유영합니다.

그는 " 어구에 걸린 물고기 등을 잡아먹기 위해 접근했다가 그물에 함께 갇혀, 숨을 쉬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바다에 깔린 어구에 혼획만 되지 않는다면, 원래 살던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살아있는 큰바다사자가 우리나라 해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드문 편입니다. 동해·남해에서도 가끔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하는데, 제주에서는 앞서 2012년 비양도 해상에서 큰바다사자 한 마리가 포착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추자면 대관탈도 인근 바위에서 발견된 암컷 성체로 추정되는 큰바다사자. 시청자 양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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