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월 위원회 열고 안건 상정
학생회, 총장과 직접 담판 나서
이대·외대 등서도 총학 공약
학점 인플레에 대학들 '고민'

[서울경제]

2010년대 초 이후 대학가에서 자취를 감췄던 ‘학점포기제’가 전격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한양대가 제도를 최근 도입한 데 이어 연세대·이화여대 등도 검토에 나섰다. 학점포기제란 교과목 성적이 확정된 후 취득한 성적을 학생 스스로 포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학점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학점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4월 중 학사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학점포기제 도입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도입 요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측은 장기 미개설 등으로 인해 재수강이 어려운 과목에 한해서라도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학교본부 측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최종 협상에 실패하자 지난해 12월 윤동섭 연세대 총장과 직접 면담에 나섰다. 윤 총장이 이 면담 자리에서 안건을 재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하면서 이번에 학교본부 측이 안건을 재차 논의하게 됐다.

학생들은 타 대학들이 학점포기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고려대는 지난해 3월부터 모든 과목을 6학점까지 포기할 수 있도록 학점포기제를 확대 개편했다. 이전에는 완전 폐강된 과목에 한해서만 학점을 포기할 수 있었다. 한양대는 2014년 학점포기제를 폐지했다가 올해부터 부활시켰고 숭실대도 2021년 학점포기제를 도입했다.

학생들은 낮은 학점을 회복할 기회가 없을 경우 블라인드 채용, 로스쿨 진학 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최근 연세대를 졸업한 안 모(25) 씨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학점이 꽤 중요하다”고 했고 재학생 주 모(24) 씨는 “특히 학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로스쿨 입시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매우 많다”고 밝혔다.

학점포기제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가에서 널리 운영되다가 2014년부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학점 세탁’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에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도입이 시작된 것은 코로나19 이후부터다. 당시 대학들이 전면 비대면 수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안해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한시적으로 학점포기제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종식됐지만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학점포기제 도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학점포기제 도입과 관련해 협상 중이고 한국외대에서도 총학생회가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서울대 역시 2023년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으나 당선에는 실패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다. 학점포기제 확대가 당장은 학생들에게 득이 되는 듯해도 장기적으로는 학점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공신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대학 상위 15개의 전공 A학점 이상 비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학기 41.7%에서 2020년 1학기 64.3%로 급증했고 2022년 1학기에도 47.5%를 기록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앞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재수강 허용 횟수를 3회에서 6회로 늘린 바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학점포기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어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431 "맥주 예상보다 맛있어" 110만원 내고 北 관광 떠난 남성, 후기 밝혀 랭크뉴스 2025.03.03
43430 비트코인, 트럼프 "가상자산 비축"에 반등…9만1천달러선 회복 랭크뉴스 2025.03.03
43429 유럽, ‘트럼프·젤렌스키 파국’ 쇼크…‘자강론’ 힘받는다 랭크뉴스 2025.03.03
43428 美 “전쟁 끝낼 지도자 필요”…우크라 정권교체 지지 시사 랭크뉴스 2025.03.03
43427 "中선 하루 16시간 공부해도 안돼"…도쿄대 학생 12%가 중국인 [오누키 도모코의 일본 외전] 랭크뉴스 2025.03.03
43426 "나라의 보살핌 고마워서"…93세 할머니, 관공서에 '300만원' 두고 갔다 랭크뉴스 2025.03.03
43425 아르헨 밀레이, 반쪽국회서 개원 연설…시민들은 거리냄비시위 랭크뉴스 2025.03.03
43424 컵라면 하나·젤리가 하루 식사… 초등생까지 ‘뼈말라’ 강박 랭크뉴스 2025.03.03
43423 트럼프 "가상자산 전략 비축 추진 지시…ARP, 솔라나, ADA 포함" 랭크뉴스 2025.03.03
43422 영국 총리 “프랑스·우크라와 종전계획 세워 미국과 논의할 것” 랭크뉴스 2025.03.03
43421 회 16만원어치 주문해 놓고 실실 웃으며 '노쇼'…"아 네 일 생겨서 못 가요" 랭크뉴스 2025.03.03
43420 “봉지빵도 마음 편히 못 사요”…서민층 때리는 먹거리 인플레 랭크뉴스 2025.03.03
43419 1~2월 수출 4.8% 줄었다…‘트럼프 스톰’ 벌써 영향권 랭크뉴스 2025.03.03
43418 새벽 4시 기상, 직접 차 몰고 출근…100세 할머니 건강 비결 랭크뉴스 2025.03.03
43417 이재명 “먹사니즘은 기능 중심, 잘사니즘은 가치 중심” 랭크뉴스 2025.03.03
43416 의대 증원 ‘후퇴’ 움직임에…전문가·시민사회 “과도한 축소 안 돼” 랭크뉴스 2025.03.03
43415 [MWC] 샤오미, 스마트폰 '샤오미 15 시리즈' 등 신제품 대거 출시 랭크뉴스 2025.03.03
43414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선언…불 붙은 의·한방 갈등 랭크뉴스 2025.03.03
43413 국민의힘 지도부,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지지층 다지기 랭크뉴스 2025.03.03
43412 북동풍이 몰고온 ‘3월 눈폭탄’… 강원 산지 1m 넘게 쌓인다 랭크뉴스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