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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스구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거의 매일 언론에 노출되는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회의실에는 각 당에서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 또는 초상화가 붙어있다. 당이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계승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주당은 김구(임시정부 주석), 신익희(제헌국회 의장), 윤보선(제2공화국 대통령), 장면(제2공화국 총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인데 이 중 국민이 직접 선출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에 잘 노출되는 벽에 붙어있다.

그런데 숫자든 기간이든 더 많을 것 같은 국민의힘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 셋만 걸려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은 사진이 없다. 한마디로 자랑스럽지 않으니 안 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은 어떻게 될까? 비상계엄령 선포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군사정권인 전두환, 노태우도 차마 재임 기간에는 하지 못한 행위이다. 본인들도 납득이 안 갔는지 ‘계몽령’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전임자 네 명의 경우를 미루어 짐작하자면 안 걸어야 정상인데 지금까지 당의 언행을 종합해 보면 벽면에 자랑스럽게 붙일 것 같기도 하다. 12월3일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의 수괴를 제명하기는 커녕, 희한한 논리로 결사옹위하고 있다. 계엄은 반대하지만 탄핵에는 찬성할 수 없다더니 극우는 아니라며 그 집회에 가서 목사에게 폴더인사를 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한다면서 백골단을 국회로 부르기도 하고 법치, 법치하더니 법원의 영장은 인정할 수 없다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헌정질서를 위해 헌법재판소를 부정하고 언론자유를 말하면서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에서 농성할 때도 감옥에 있을 때도 의원들이 단체로 방문해서 응원하고 선동성 메시지를 퍼 나르다 비난을 의식한 듯 당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 자격이라고 둘러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 일본 정치인의 논리와 비슷하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치다 보니 계엄 후 집권당이 지금껏 한 일이라곤 스스로 판 모순의 구덩이에 갈수록 깊이 빠져들어 가는 것뿐이었다.

12·3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시작한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윤상현(앞줄 왼쪽 여섯째부터),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 40여명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그래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의 사진은 벽에 붙을 것인가? 안 붙을 것인가? ‘어차피 한쪽만 보고 막 나가기로 작정했는데 뭔들 못 해?’ 이러면서 자랑스럽게 벽에 ‘딱’ 붙이거나, ‘그래도 공당인데, 이러다 다 죽는다.’ 이러면서 안 붙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만약에 당이 전자를 택한다면 위치는 순서상 고 김영삼 대통령의 옆자리가 유력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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