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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기자


해마다 심화되는 지하철 운영 적자와 이에 따른 운임 인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가 다시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노인 무임승차제'는 만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지하철과 일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정책으로, 1984년 도입 이후 한 차례의 조정 없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 그러나 2025년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에 앞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월 17~ 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현행 ‘노인 무임승차제’ 개선 필요(68%) > 폐지(14%) > 현행 유지(13%)



노인 대중교통 무료(또는 할인) 승차 혜택이 세대 갈등을 유발한다는 우려와 달리, 국민 대다수(72%)는 혜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무임승차제’ 긍정 평가의 주요 이유는 ‘노인의 건강 증진’(정신적 60%, 육체적 60%)과 ‘노인 공경’(56%) 차원이다. 노인의 이동성을 높여 정신적·신체적 건강 유지에 기여하고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운용 방식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응답자의 68%가 ‘제도는 유지하되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폐지’(14%) 또는 ‘현행 유지’(13%)보다 약 5배 높은 수치다.



현행 ‘노인 무임승차제’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은 주로 비용적인 부담에서 기인한다. 응답자의 66%는 ‘운영기관 재정 부담’을, 과반(53%)은 ‘사회적 효용보다 큰 운영비용’을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의 2024년 당기순손실은 6,947억 원에 달했으며 국민 69%도 지하철 적자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이처럼 가중되는 지하철 공사의 재정 부담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노인 무임승차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노인 무임승차제 개혁안 선호 1순위, ‘제도 개시 연령 상향’(68%)



'노인 무임승차제’를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제도 개시 연령 상향 조정’(68%)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특히, 현재 무임승차 혜택을 받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층의 찬성 비율이 81%로 가장 높다. 노인들이 수혜 연령 상향에 가장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오히려 실제 수혜 과정에서 연령 상향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뿐만이 아니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3%)도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만 65세)보다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만 70세 이상’ 인구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본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66.7세였으나,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83.5세(`23년 기준)로 16.8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성문법상 노인 기준 연령도 크게 상승한 기대수명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혁안 중 ‘노인 연령 상향’에 이어, ‘출퇴근 시간에 제도 미적용’(65%)과 ‘할인제로 변경’(62%)처럼 기존의 혜택 적용 방식을 조정하는 방안들도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출퇴근 시간 미적용’은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제도 적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워에 유임 탑승객조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제기됐다. 이에 대해 모든 연령층의 60% 이상이 동의한다고 응답하며, 출퇴근길 통근자를 배려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을 보인다. 특히, 30대(70%)와 60대(68%) 응답자가 해당 방안에 가장 많이 찬성하는 등 연령과 무관하게 긍정적 견해가 주를 이룬다.

‘할인제로 변경’은 전면 무상으로 탑승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청소년·어린이 요금처럼 기본요금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전 연령대에서 찬성 비율이 절반을 상회하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수혜자인 ‘50대’(68%)와 ‘60-64세’(71%)뿐만 아니라, 기수혜자인 ‘65-69세’(55%) 그리고 ‘70대 이상’(54%)까지 ‘할인제로 변경’에 찬성하는 입장이 우세하다.



‘연령’과 ‘재산’에 따른 차등 적용 방식 또한 찬성 비율이 각각 59%와 58%로 반대 입장보다 우세하나, 앞서 언급한 개혁 방안들과 달리 세대별로 나누어봤을 때 입장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먼저, ‘연령에 따른 차등 적용’ 개혁안의 경우, 청년에 해당하는 ‘20대 이하’(64%), ‘30대’(70%)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며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반면, 실제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동의율은 50%로 비교적 낮았으며 특히 ‘70세 이상’ 응답자에서는 찬성 비율이 47%에 그쳤다.

‘재산 구간별 차등 적용’ 개혁안 역시 20대 이하(62%), 30대(61%)의 청년 세대에서 찬성 비율이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만 65세 이상에서는 반대 응답이 50%로 가장 많았다. 그중 ‘70대 이상’은 찬성이 45%에 불과하는 등 선별 복지로의 전환은 세대별 시각이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죽은 손 문제(The problem of the dead hand)’란 과거 세대의 결정이 고착화돼 현재 세대의 선택을 제한하는 현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를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1984년 도입 당시와 비교해 노인 인구 비율은 약 5배, 기대수명은 약 16.8세 늘어났지만 수급 대상 범위와 혜택은 40년 전과 동일해 지하철 적자 문제와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 구조가 달라진 만큼, ‘노인 무임승차제’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 67%가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해당사자인 노인층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지금이야말로, ‘죽은 손’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할 적기다.

이승찬 한국리서치 연구원
김하연 한국리서치 인턴연구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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