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혼다·닛산 합병 무산, 현대차·기아 추월 실패
미쓰비시는 시장 철수 일본車 줄줄이 쇠락해
시장 1위 도요타, 현대차 손 잡고 '합종연횡'
정의선·도요타 회장 밀착 연출하며 협력 지속
유럽→한·일·미국 '모빌리티 산업' 판 바뀌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신년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서울경제]

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밀린 일본 완성차 업체의 자존심 혼다와 닛산이 합병으로 권토중래를 꿈꿨지만 물거품이 됐다. 현대차에게 로열티를 주고 엔진·변속기 기술을 팔던 미쓰비시는 현대차에 밀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했고 혼다와 닛산은 이제 현대차·기아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일본 업체들 대부분을 ‘극일(克日)’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앞에 있는 일본 기업은 세계 1위 도요타 뿐이다. 그런데 두 업체의 주행이 묘하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는 기름을 쏟으며 불꽃 튀는 경주를 벌이기보다 오히려 모빌리티 분야에서 팀워크를 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극일을 넘어 ‘협일(協日)’의 단계로 가고 있다.



현대차·기아 지난해 730만 대 판매 3위
혼다 380만대 7위·닛산 340만대 8위
‘합병’ 혼다·닛산 3위 유력했지만 ‘무산’
두 회사 전동화 경쟁력 현대차에 밀려



현대차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지난 달 20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가 선정하는 자동차업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사에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414만대, 기아는 309만여 대를 판매했다. 두 회사는 연간 723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글로벌 3위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올해 글로벌 4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일본의 2, 3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닛산이 지난해 말 합병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혼다는 398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 닛산은 337만 대로 8위 업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약 735만 대로 현대차·기아(2023년 기준 730만 대)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달 초 두 회사가 합병 무산을 선언하면서 현대차·기아를 넘어서는 계획도 무위로 돌아갔다. 혼다는 지난해 판매량이 소폭 줄어든 약 380만 대, 닛산도 약 340만 대로 글로벌 7, 8위에 머물러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00년대 초부터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에 밀리기 시작했다. 현대차·기아가 2004년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300만 대를 돌파하며 닛산(296만대)과 혼다(296만대)를 제쳤고 이후 격차를 꾸준히 벌려왔다. 한 때 현대차에 엔진 기술을 주고 로열티를 받던 미쓰비시는 경쟁에서 아예 도태됐다. 현대차·기아가 점유율을 확장하던 2015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2020년에는 유럽 시장에서도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12월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에서 우치다 마코토(왼쪽부터) 이사, 닛산자동차 사장,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카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이 열린 합병 협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2월 합병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로이터 연합뉴


혼다와 닛산은 합병이 무산되면서 하이브리드차(HEV)에 이어 전기차(EV)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기아와의 경쟁이 점점 힘겨워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공동 연구개발(R&D), 판매망 공유 등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전략을 추구했다. 특히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미국과 유럽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합병이 결렬되면서 두 회사는 각자의 역량으로 현대차·기아를 추격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자체 전기차 플랫폼(E-GMP)를 기반으로 소형 EV3부터 대형 EV9·아이오닉9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혼다는 올해 초 CES2025에서 첫 중·대형 전기차를 위한 ‘제로(Zero)’ 플랫폼을 공개했고 신차도 빨라야 2026년에 나온다. 대량 생산 능력과 판매망, 고객 경험 등에서 현대차·기아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100년 유럽차 시대, EV 등장에 저물어
1위 도요타·3위 현대차 경쟁보다 ‘협업’
레이싱·수소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
완성차 아닌 ‘모빌리티 산업' 더 멀리 봐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ㅡ


현대차·기아가 추격해야 할 일본 완성차 업체는 한 곳이 남았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015만 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도요타·렉서스다.

그런데 현대차와 도요타는 경쟁을 넘어 밀착하는 ‘밀월(蜜月)’ 수준의 협력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등장했다.

같은 달 현대차와 도요타는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도요타리서치연구소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협업하는 ‘로봇 동맹’을 발표해는데 이후 두 회장이 레이싱 행사에 한 차를 타고 등장한 것이다.

나아가 11월에는 도요타의 고장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현장에서 정 회장과 도요타 회장이 만나며 ‘셔틀 회동’이 성사됐다. 도요타 회장은 “수소 인프라를 비롯한 양 사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수소 분야 협력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도요타는 정 회장과 도요타 회장의 만남 다음 날 일본 주요 일간지인 닛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10여 개의 매체에 “경쟁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현대차를 응원하는 전면 광고까지 실었다.

도요타가 지난 11월 25일 일본 주요 신문에 현대자동차를 응원하기 위해 낸 광고. 사진=독자제공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 회사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0년 여간 압도적인 파워트레인 기술을 앞세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자체가 초고속통신망·인공지능(AI)·로봇·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차 시장은 전기차(EV)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더불어 EV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과도기를 책임질 하이브리드(HEV),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분야에서도 도요타와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와 수소 산업의 인프라는 어느 한 기업의 역량으로 모두 해낼 수 없다”며 “공동 투자와 협업을 통해 시장의 기반을 넓힌 뒤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064 전국 곳곳서 봄비… 강원에는 최대 50㎝ 폭설 랭크뉴스 2025.03.02
43063 [르포] 새 수소車 나온다는데… “충전소 뺑뺑이로 견인차 실려가기도” 랭크뉴스 2025.03.02
43062 러-일 '영토분쟁' 80년…천혜의 자연은 온천호텔·군사기지 됐다 [세계한잔] 랭크뉴스 2025.03.02
43061 中부동산 바닥 뚫고 지하인데…멱살 잡고 땅값 올리는 이곳[글로벌 왓] 랭크뉴스 2025.03.02
43060 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쓰나미’…“확산 최소화 해야” 랭크뉴스 2025.03.02
43059 [단독]의대 신입생에 “투쟁 같이 할 거지?” 압박 정황 확인한 대학들 랭크뉴스 2025.03.02
43058 광화문·여의도서 세 대결‥욕설·협박 난무 랭크뉴스 2025.03.02
43057 트럼프의 이 말…'경력 30년' 美동전 로비스트 뒤흔들었다 랭크뉴스 2025.03.02
43056 [체험기] “손만 대면 AI가 사진 검색·편집”… 삼성 갤럭시 북5 프로, 무게·가격은 부담 랭크뉴스 2025.03.02
43055 추가 금리인상 기대감에 치솟는 엔화가치… 韓 경제 득실은? 랭크뉴스 2025.03.02
43054 둘로 쪼개진 3·1절 ‘태극기’ 경쟁…“우리가 독립운동가” vs “헌법 3·1 정신 지켜야” 랭크뉴스 2025.03.02
43053 ‘오세훈이 쏘아올린 공’?… 강남3구 폭등, 마용성도 꿈틀 “초양극화 우려” 랭크뉴스 2025.03.02
43052 '토허제' 풀린 서울 부동산, "반짝 상승" vs "반등 초입" 랭크뉴스 2025.03.02
43051 건보공단 외국인 통계에 구멍…중국 재정수지에 최대 613억 오차 랭크뉴스 2025.03.02
43050 박사까지 땄는데 '백수' 30%, 역대 최고…'청년 박사' 절반 무직 랭크뉴스 2025.03.02
43049 美파리협정 탈퇴에도 '탈탄소'는 대세? 韓 기후테크로 무장 랭크뉴스 2025.03.02
43048 서민 때린 '먹거리 인플레'…소득하위 20% 식비, 5년새 40% 껑충 랭크뉴스 2025.03.02
43047 곤충 수집가들 군침…'골리앗 딱정벌레' 지구에서 사라질 판 랭크뉴스 2025.03.02
43046 또 이재명 발목?…0석 정의당, 대선 TV토론 나올 자격 된다 랭크뉴스 2025.03.02
43045 "악취 이어 분홍색 물"…뿔난 대구 주민들, 집까지 내놨다 왜 랭크뉴스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