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세대 운동가 김혜원 "역사왜곡 세력이 운동 부정하는 현실 통탄"


인터뷰하는 김혜원씨
[촬영 장보인]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를 모시고 일본에 증언 집회를 하러 갔을 때 한 젊은이가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이 운동이 끝날 것 같으냐'고 물었죠. 나는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견이었죠."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혜원(90)씨는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참 슬프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창립멤버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힘써온 위안부 운동 1세대다.

운동 초기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났던 김씨는 "그 당시 할머니들이 참 어렵게 살고 계셨다. 가난과 지병과 가슴의 한, 이 모든 것을 안고 마지못해 연명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쉬쉬'하며 살았던 피해자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내게 된 데 대해 김씨는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진흙탕 속에 묻혀 있었는데 여성의 권익과 존엄을 찾고자 하는 후배 여성들이 이분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운동이 진행되면서 할머니들도 본인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초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김혜원씨(왼쪽 두번째)
[정의기억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대부분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6일 길원옥 할머니의 별세로 생존자는 이제 7명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95.7세다.

김씨는 "할머니들의 유일한 희망은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정당한 배상을 받는 것"이었다며 "그걸 이루지 못하고 매일 '사죄하라'고 외치다가 그렇게 가시니 원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생존자가 '0명'이 되더라도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고 알리는 일이 계속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는 "'이제 이만하면 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문제는 절대 덮어버리고 포기해 버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 후손들에게 이런, 혹은 더 나쁜 참화가 벌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환기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문제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있는 전쟁 범죄 피해 여성들을 위한 운동으로 확산하고 전쟁 반대와 평화라는 보편적 이슈를 통해 후손들이 '역사 이어달리기'를 해나가야 한다"며 "할머니들이 안 계시고 1세대 운동가가 사라진다고 해도 캐고, 기록하고, 조사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뒤를 따라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강경란(47)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국장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 '기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 앞둔 3.1절, 소녀상은 오늘도 이 자리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제106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5.2.28 [email protected]


강 국장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분쟁과 전쟁, 여성 폭력이 종식되지 않은 세계에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과거'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문제라는 것을 기록과 기억을 통해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의 강제성이나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에 맞서 아카이브 구축, 학술·연구 사업 추진 등 '기록 싸움'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게 강 국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의 명예훼손을 막기 위한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역사 부정 세력들의 피해자 명예훼손이 심각한 만큼 올해 22대 국회에서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몇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개정)하지 않으면 사후에는 명예훼손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도 "역사를 왜곡, 부정하는 세력이 위안부 운동을 가짜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을 '매춘녀'라고 외치는 현실이 가장 통탄스럽다"며 "눈 감기 전에 이런 행위를 막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는 걸 보고 싶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904 4·2 재보궐선거, 부산교육감 등 23곳…28∼29일 사전투표 랭크뉴스 2025.03.01
42903 재개발·재건축 준비위원회·추진위원회 구성과 위원의 자격요건[유재벌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랭크뉴스 2025.03.01
42902 3·1절 탄핵 찬반 집회 13만 집결…"尹 '나는 잘 있다' 인사 전해" 랭크뉴스 2025.03.01
42901 “젤렌스키, 트럼프에 안 맞은 게 기적”…회담 파국에 조롱 쏟아낸 러 랭크뉴스 2025.03.01
42900 명배우 해크먼 사후 9일간 방치 가능성…재산 1천억원대 추정 랭크뉴스 2025.03.01
42899 서울구치소 앞 '탄핵 반대' 집회서 흉기 소란 벌인 40대 구속 송치 랭크뉴스 2025.03.01
42898 이재명, 이육사 시로 3·1운동 정신 강조‥"국민이 가리킨 곳 향해 정진" 랭크뉴스 2025.03.01
42897 미국 국무장관 "회담 파국 만든 젤렌스키 사과해야" 랭크뉴스 2025.03.01
42896 [속보] 5호선 광화문역 무정차 통과 ‘종료’…열차 정상 운행 랭크뉴스 2025.03.01
42895 日언론 "崔대행, 3·1절에 역사문제로 비판 안해…통합 강조" 랭크뉴스 2025.03.01
42894 3·1절 대규모 집회…광화문역 열차 한때 무정차 통과 랭크뉴스 2025.03.01
42893 여의도 찾은 김기현, 광화문 간 김선교… 與 정치인들이 향한 곳은? [르포] 랭크뉴스 2025.03.01
42892 3·1절 서울 도심 울린 찬송가…“꼭 오른발로 밟아, 밟아!” [현장] 랭크뉴스 2025.03.01
42891 ‘트럼프에 항의’ 독일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미국 투어 취소 랭크뉴스 2025.03.01
42890 대규모 집회 인파로 5호선 광화문역 열차 무정차 통과 랭크뉴스 2025.03.01
42889 민주당, 與 의원들 탄핵반대 집회 참석에 "3·1절에도 극우와 손잡나" 랭크뉴스 2025.03.01
42888 "선관위 사무총장, 2022년 정치인들과 ‘세컨드폰’으로 연락" 랭크뉴스 2025.03.01
42887 귀찮음 넘어야 향긋한 ’쉼’[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랭크뉴스 2025.03.01
42886 “젤렌스키 안 때린 트럼프의 자제력”…회담 파국에 조롱 쏟아낸 러 랭크뉴스 2025.03.01
42885 국힘 회의실에 ‘배출’ 대통령 액자…윤석열 사진은 걸릴까? 랭크뉴스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