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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국가를 위해 제대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만이
공직자로서 도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첫 국무회의(1월 7일) 발언을 준비할 때 주변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최 대행을 향해 더불어민주당이 더 호되게 집중포화를 퍼붓던 때였습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2명만 임명하자 '탄핵'을 거론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에 협조하지 않는 경호처를 가만 놔두고 있다며 고발조치를 취하겠다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렇다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를 챙겼을까요.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당과 용산에선 '배신자'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동네북'이 된 최 대행이 던진
다짐이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 대행은 그저 엘리트 경제관료였습니다.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에도 행정고시를 택했고, 김진표 부총리부터 최경환 부총리 시절까지 수장들의 신뢰를 받는 인재였다고 합니다. 언론의 시선에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사회에 권력화해 있는 특권층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재부 권력(모피아) 중 하나라는 비판도 적진 않습니다. 이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 초대 경제수석 자리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문과 달리 최 대행이 낙점된 것을 두고 어쩔 수 없는 '기재부 라인' 중용이라는 평가도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런 최 대행도 국무회의에서 직접 의사봉을 두드리며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언급하게 될 줄 몰랐을 겁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건 대통령 아니면 국무총리이니까요. 12·3 불법계엄 사태, 야당 주도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이 최 대행을 지금의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
몸과 마음에 부담이 커 보이는데 생각보다 멘털을 잘 유지하는 것 같다
."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두 달간 지켜본 최 대행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최 대행은 2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그간 대행체제에서 정부의 성과를 소개하며 "국정 조기 안정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위기 대응 총력전’을 펼쳐 왔다"고 자평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발굴 대책 추진 △비수도권 개발 제한 구역(그린벨트) 해제 △신용 평가사의 신용등급 유지 등이었습니다. 주로 최 대행의 특기인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거나, 정부 공무원들이 응당 해야 할 업무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의 역할을 두고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최 대행이 '국민과 역사의 평가'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런 주특기는 아닐 겁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한 자신을 두고 여야가 모두 가열찬 비난을 쏟아내니 '결기'를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준비된 발언이었을 겁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여야 모두 비판 목소리가 많지만 어쨌든 2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 최 대행의 정치적 판단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최 대행에겐 더 큰 관문이 눈앞에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남은 한 명인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하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관 3명 전원이 아니라 2명만 임명한 것이 당시 최 대행이 선택할 수 있던 최선의 정치적 판단이었을 수 있지만, 헌법상은 바른 판단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최 대행은 수차례 헌재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그를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고 한다면 이에 따를 생각을 하는 듯하다"
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주변에선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친다고 전해집니다. 그건 바로 여야의 눈치를 보는 것일 테지요. 아니면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덕수 총리에게 키를 넘기려 할지도 모릅니다. 헌재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하는 것에 진영 논리에 따른 비난이 나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진정 '두려워하겠다'고 말한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벌써 3월입니다.

정치 도산공원 연재 문패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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