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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전선 우크라 병사 "부끄러운 평화보다 전쟁이 낫다"
젤렌스키 비서실장 "국익 지키는 영웅적인 대통령 지지"
유럽서도 "속 뒤틀려" "횡포"…英정가선 트럼프 국빈초청 철회 목소리도


백악관에서 회담하는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워싱턴DC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5.2.28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고 사실상 내쫓는 일이 벌어진 28일(현지시간) 익명의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봤다는 쿠르스크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병사 올렉산드르(40)는 "와우(wow)"란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부끄러운 평화보단 전쟁이 낫다"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정상회담과 미국-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충격과 분노, 공포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정치 전문가 마리아 졸키나는 외교석상에서 종종 감정적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은 2대 1로 난타 당하는 상황에서도 자제심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졸키나는 "그(젤렌스키)가 자신을 억누른 것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인정한다"면서 "오늘의 쇼에서 젤렌스키는 그 개인을 넘어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었다. 당신의 주된 카드는 자신의 나라를 지닐 권리와 존엄, 그리고 이를 수호할 용기였다"고 말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영웅적인 우리나라의 국익을 지키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라면서 "우리는 우리편에 서 있는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 퇴역해병의 장례식을 엄수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
(키이우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국제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미국 퇴역 해병 이선 허트벡(21)의 장례식을 엄수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 2025.2.28


이날 키이우 시내에서 로이터 취재에 응한 시민 밀라는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그냥은 포기하지 않는 대통령이란 걸 마침내 이해했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 컨설턴트 옥사나도 "제3차 세계대전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건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우리는 그보다는 이 게임에서 협상 칩이 된 것에 가깝다"면서 전쟁 발발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반응이 전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이우 모 대학 강사 안드리(59)는 "미국이 공급하는 무기 없이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지 대학생 페트로(20)는 "(광물) 협정과 미국의 광물 거래 참여는 관계를 안정시켰을 수 있다. 지금 상황이 매우 무섭다"면서 "더 외교적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 관점에선 젤렌스키를 이해한다. 트럼프와 밴스의 대화 어조는 이런 식으로 끝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야권의 미콜라 크냐지츠키 의원은 이날 회담이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분위기를 보인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현 상황을 기뻐할 곳은 크렘린 뿐이다.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무엇보다 평화를 원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중 끼어들어 발언하는 미 부통령
(워싱턴DC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동석한 JD 밴스 미 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8


한편, 전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적 원만하게 정상회담을 마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가 유지될 것으로 조심스레 희망하는 분위기였던 유럽 각국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유럽 국가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연대를 선언한 가운데 영국 의회 일각에선 스타머 총리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찰스 3세 국왕의 국빈초청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영국 보수당의 한 의원은 트럼프와 밴스가 젤렌스키를 취급하는 방식에 "속이 뒤틀린다"고 말했다.

원내 제3당인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건 트럼프와 밴스의 횡포다"라면서 "영국과 유럽이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배신당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전적으로 지지해 온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에게 회담 파국의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와 밴스(J.D 밴스 부통령)가 어떻게든 스스로를 억제해 이 인간쓰레기를 때리지 않은 건 자제력이 낳은 기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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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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