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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26일 바바리안모터스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등진 30대 영업사원 이 모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온라인에선 이 씨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책상 빼라"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텔레그램에 고스란히 드러난 폭언

이 씨는 2019년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사 '바바리안모터스'에 재입사했습니다. 2011년부터 바바리안모터스를 다니다가 다른 딜러사로 이직했었는데, 몇 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바바리안모터스에서는 정규직 신분으로 의료보험 등을 보장받을 수 있어 재입사하게 됐다고 유족들은 설명합니다.

이 씨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는 A 지점장은 원래 이 씨의 후배였습니다. 이 씨가 퇴사 뒤 재입사하며 직장 내 선후배 관계가 바뀐 겁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재입사하기 전까지는 A 지점장과 '굉장히 가까운 형-동생 사이'였다고 말합니다. 둘 사이의 카카오톡에는 이 씨가 A 지점장이 승진할 당시 "○○아 축하한다"라고 보내고, A 지점장이 "형 고마워요. 다 덕분이죠" 라고 답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메신저 내용으로 볼 때 유족들은 지난해 여름쯤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씨와 A 지점장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A 지점장은 이 씨를 '어이'라고 부릅니다.

숨진 이 씨와 A 지점장 사이 텔레그램

폭언은 얼마 남지 않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 씨가 신차 계약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보고하자, A 지점장은 "당신은 앞으로 타캐 금지/협의 건 문의도 금지", "카드 금지", "나갈 거면 나가고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사람 괴롭히지 말고 그냥 나가라", "진짜 멍청한 거야 아니면 뭐야"라며 폭언을 쏟아냅니다.

여기서 A 지점장이 말하는 '타캐'는 타사 캐피탈입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에 대해 "○○○파이낸셜이라는 내부 캐피탈사가 있는데, 그 리스를 쓰면 고객들이 재구매도 많고, 내부에서 차를 반납할 때 더 편안해 고객 관리가 된다"며 "정책적으로 1순위는 내부 리스사를 쓰게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영업에 실패한 이 씨에게 계약 조건을 제한하면서 '버텨 보라'고 말한 겁니다.

숨진 이 씨와 A 지점장 사이 텔레그램

숨진 아들의 휴대전화에서 이런 내용을 확인한 아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씨 아버지는 "이 내용을 보고 '많이 울었다'"며 "평상시에 자기 후배고, (A 지점장의) 결혼식까지 가서 '○○아 축하한다' 이랬던 애한테 너무 비참한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 씨의 사망 뒤 이 씨의 동료들 사이에선 A 지점장에게 폭언을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당 지점장이 계약을 실패한 다른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다른 직원의 머리를 치는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폭언 등이 숨진 이 씨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란 건데, 바바리안모터스는 이 같은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A 지점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고인이 사망한 뒤 유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 씨가 숨진 지 2주가 지나, KBS 기사가 나가는 날이었던 26일이 돼서야 A 지점장과 같은 지점의 팀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습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사건의 조사를 위해 외부 법무법인(노무사 포함)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조사위원회가 해당 지점의 직원들과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조사하면,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추가 시행한다는 입장입니다.

■ 숨진 이 씨가 회사에 내야 할 '미수금'은 1300만 원…"차 한 대에 대한 영업 결과"

그런데 이 씨 죽음의 배경에는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영업 압박이 있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딜러들이 영업 실적을 채우기 위해, 차를 팔 때 나오는 자신의 수당으로 고객 할인을 해주면서 차를 팔아도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는 겁니다.


실제 바바리안모터스에서 이 씨 유족에게 안내한 '미수금', 즉 이 씨가 내야 할 돈은 1,300만 원입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 돈이 차 한 대에 대한 미정산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종별 할인 금액의 기준은 회사가 제시한다"면서도 "최종적인 매매계약은 구매 형태에 따라 영업 직원이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차를 사는 고객이 자사 캐피탈을 이용하는 경우 그 수수료 등이 영업 직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영업 직원이 리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유치하면 차량에 대한 판매 인센티브 외에도 캐피탈사로부터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바바리안모터스의 전현직 직원들은 이 같은 영업방식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전직 직원은 "차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실적을 위해 그 금액 정도(손해를)는 감수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현직 직원은 "지점마다 판매 목표가 있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데, 대부분의 지점장이 욕심을 내 과도하게 목표를 잡고 채우지 못한 건에 대해서는 오롯이 지점원들을 타겟팅한다"며 "특히 그달 실적이 없는 직원들이 타겟팅이 돼 '짐 싸라'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혹시라도 월말에 계약한 차가 취소될 수도 있는 건데, 이런 거에 대해서 '차를 내리라', 이 숫자가 빠졌으니 '네가 차를 사라' 이런 상황도 되게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 "일단 도박처럼 할인하고 들어가…딜러는 빛 좋은 개살구"

딜러가 자신의 수당으로 고객 할인을 해주면서 영업을 하는 관행은 바바리안모터스만의 관행은 아닙니다. 다른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사들도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수당을 집어넣으며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 수입차 영업사원이 공개한 차량 판매 인센티브

KBS가 만난 또다른 수입차 영업사원 B 씨는 "차를 팔 때마다 영업 인센티브가 올라가는 구조"라며 "일단은 수익이 안 나더라도 도박처럼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엔 온라인으로 특정 차의 최저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6000만 원짜리 차를 팔면 받는 인센티브는 첫 차의 경우 차값의 1%, 즉 60만 원인데 손님을 잡기 위해선 최소 100만 원, 200만 원 더 할인을 해줘야 하니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수당을 집어넣어 차를 판다고 합니다. 일단 손해를 봤지만, 이후 차를 더 팔아야 인센티브율이 올라가며 결국에 돈을 벌 수 있으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도박처럼' 계속 과도한 할인을 제시하는 겁니다.


특히 회사에서 '할인 선반영', '추가 인센티브' 등 개별 영업사원이 한도 없이 할인 금액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상 만들어놓아, 최저가 경쟁을 하는 영업사원들은 자기 돈을 털어서라도 할인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B 씨는 이 씨의 죽음을 두고 "계속 곪다가 결국에는 사달이 난 것"이라며 "다 정장 입고 다니고 자동차도 좋은 거 타고 다니는 것 같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래도 남잖아요. 안 남으면 왜 팔아. 거짓말하고 있어'라고 말하는데, 힘든 달을 보내 기본급만 가져가거나 아니면 기본급이 200만 원인데 차를 팔다가 손해가 나서 기본급 100만 원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 씨는 "버텨내는 사람도 있지만, 가족이 있거나 정신력이 약하거나, 이에 더해 관리자까지 악한 사람이 걸리면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최저임금은 보장돼야…차를 팔고 안 팔고는 중요치 않아"

수입차를 판매하는 회사마다 근로조건은 다르지만, 숨진 이 씨는 바바리안모터스에서 정규직 직원이었습니다. 기본급여에 차량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 그리고 기타 수수료 등을 받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수당을 과도하게 할인에 반영함으로써 한 달 기준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다면, 위법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무법인 '해밀'의 김경식 노무사는 "최저임금에 미달할 때까지 근로자들이 본인의 수당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사 측에선 그걸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노무사는 "근로자는 본인의 시간을 부여하고 시급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차를 팔고 안 팔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달에 못 벌었지만, 다음 달에 그걸 넘을 만큼 크게 벌었어도 한 달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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