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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서울역점서 다친 일본 고객
강현아 파트장, 파파고 쓰며 병원 동행
1년 만의 상봉 "오래 기억할 것 같다"
2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현아 영업지원파트장. 롯데마트 제공


파트장님, 고객님이 찾으세요. 그런데 일본분이세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근무하는 강현아(43) 영업지원파트장
은 2월 8일 사무실로 걸려온 내선 전화에 의아해했다. 이내 눈물이 핑 돌았다. 곧장 안내센터인 2층 '도와드리겠습니다'로 뛰어가는 동안 1년 전 그 일이 떠올랐다.

2024년 3월 8일 오후 1시에도 강 파트장은 안내센터에서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갔더니 한 일본인 여성 고객이 피 묻은 채 얼어있었다.
무빙워크에서 넘어져 찢어졌다는 턱은 겉보기에도 상처가 꽤 깊었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대응도 업무 중 하나인 강 파트장은 침착했다. 롯데마트에서 일한 22년 중 절반을 영업지원에서 일한 베테랑이었다.
서울역점 핵심 고객인 외국인을 상대한 경험도 많았다. 서울역점은 공항철도 출발점이라 외국인 매출 비중이 40% 정도로 큰 곳
이다.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부터 켜고, 일본어가 가능한 안내센터 직원이 통역을 도왔다.
고객 이름은 마쓰다 미유키
였다. 미유키는 불편을 끼치는 게 신경 쓰였는지 다음 날 일본에 돌아가야 한다며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강 파트장은 "그냥 보낼 수 없습니다. 치료 받아야 해요"라고 파파고를 보여주며 미유키를 붙잡았다.


고생길은 그때부터였다. 동료 직원과 함께 데려간 근처 피부과, 정형외과는 큰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리 전화한 후 찾은 대형병원 응급실 두 곳도 전공의 파업으로 담당할 의사가 없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강 파트장과 미유키 모두 지쳐가던 때 마포구 한 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미유키는 "많이 아파요?"라고 걱정했다. 강 파트장은 탈의실까지 같이 들어가면서 "유명한 병원이고 안 아플 거예요"라고 안심시켰다. 수술을 기다리며 얘기도 많이 나눴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반도체 관련 일을 한다는 53세 미유키는 4년 전 어머니와 방문했던 한국을 이번엔 혼자 왔다
고 했다.

여행 가방 든 채, 공항서 달려온 미유키



강현아 롯데마트 서울역점 영업지원파트장이 무빙워크에서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수술을 마치고 나온 미유키는 강 파트장에게 많이 의지했는지 "아프지 않다면서요"라며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병원비까지 결제한
강 파트장은 일본에서 가야 할 병원, 약 복용법을 스마트폰에 적은 뒤 몇 번이고 파파고로 전했다.


강 파트장은 호텔로 가자고 했지만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겠다는 미유키를 따랐다. 헤어질 땐 오후 7시 30분이었다.
강 파트장은 "다이죠부데스까"(괜찮으신가요), 미유키는 "감사합니다"라며 작별 인사
를 했다. 일곱 시간 가까이 붙어있던 두 사람이 그날 파파고로 수없이 주고받은 표현이었다.

안전 사고를 겪은 한국 손님에게 안부 전화를 걸곤 했던 강 파트장은 연락할 길이 없던 미유키를 종종 떠올렸다. 그런데 이날 안내센터에서 전화가 왔을 때 미유키임을 직감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강 파트장부터 찾은 미유키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든 채였다.


다시 파파고를 튼 강 파트장이 먼저 괜찮냐고 묻자 미유키는 마스크를 내리며 흉터 하나 없는 턱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받은 도움을 자기 가족들에게 한 얘기 등을 일일이 전했다. 감사 선물로 히로시마에서 가져온 특산품도 줬다. 강 파트장 역시 외국인 고객이 많이 사는 과자, 커피, 차를 구입해 보답했다.

"조심히 여행하세요"라는 마지막 인사에 미유키는 웃었다. 다치지 말라는 뜻으로 들은 듯했다.
강 파트장은 "매장에서 다친 고객 가운데 유일하게 연락을 못 드린 분이었는데 다시 찾아주셔서 엄청 감동했다"며 "우리나라를 친절한 나라로 느꼈다고 한 미유키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현아 롯데마트 서울역점 영업지원파트장이 일본인 고객 마쓰다 미유키를 도운 2층 안내센터 '도와드리겠습니다' 모습. 롯데마트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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