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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日에 유골 공동 발굴 제안"
안전성 핑계로 외면하는 일본 정부
"韓 요구 답하고 유해 빨리 돌려줘야"
"조선학교도 지원을, 아이들 죄 없어"
이노우에 요코(오른쪽 두 번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가 28일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조세이 탄광 조선인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과 관련, 일본 정부와의 교섭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류호 특파원


'3·1절 106주년'을 앞두고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 어린 목소리가 일본 열도에 울려 퍼졌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과 일본 내 조선학교 무상교육 배제 철폐 등 과거와 현재를 두루 아우르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모임)은 28일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자 유해 발굴과 관련해 그간 일본 정부와 교섭한 결과를 보고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석탄 공급처였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고, 1942년 2월 3일 해저 지하 갱도 누수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숨졌다. 하지만 탄광회사가 입구를 폐쇄해 시신 수습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기는모임은 일본 외무성에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사업을 '공동 기념사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모임 공동대표는 "한국 행정안전부는 60주년 관련 양국 기념사업에 조세이 탄광을 넣으려는 의지가 강하고, 이미 일본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사고 80여 년이 지난 만큼 양국이 지혜를 모아 희생자 유해를 빨리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136명이 목숨을 잃은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80주년을 하루 앞둔 2022년 2월 2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에 조세이 탄광 흔적인 시설물이 바다 밑에 잠겨 있다. 우베(야마구치현)=연합뉴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안전성을 핑계 삼아 유해 발굴 요청을 줄곧 외면해 왔다. 결국 새기는모임이 직접 모금에 나서 발굴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고, 지난해 10월 8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조세이 탄광 사고 현장에 잠수부를 투입했다. 4월 1, 2일에는 한국 잠수부 두 명도 발굴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새기는모임에 따르면 조세이 탄광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줄기찬 지적에도 일본 외무성은 "양국 정부는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고 있으며 인도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놨다. 유해 발굴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과 마찬가지로 외무성도 정부 차원의 지원에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또다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어 발굴 작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참석자들은 황당하다는 듯 여러 차례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의원은 "정부는 위험한 일에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인데, 오히려 안전성을 높이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니냐"고 질타했다.

와다 하루키(맨 왼쪽) 도쿄대 명예교수가 28일 일본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고교 무상화 확충 정책에 조선학교 배제를 다시 우려한다'는 주제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확대 정책을 반영했지만, 지원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했다. 도쿄=류호 특파원


일본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조선인 차별 정책도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시민단체 '일본과 조선을 잇는 전국 네트워크' 등은 같은 날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확충 정책 배제를 재차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예산안에 고교 수업료 지원금 확대 정책을 반영하기로 했으나, 또다시 조선학교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부터 고교 무상화 정책을 시행 중인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실험을 이유로 '조선학교 지원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와다 명예교수는 "조선학교 배제는 너무 이상한 정책"이라며 "조선인 학생들도 공평하게 교육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리모토 다카코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 공동대표도 "아이들이 무슨 죄냐. 일본은 정치에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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