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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정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취소됐다. 국회사진기자단

28일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시작 30분 전 무산됐다.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에 뜸을 들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국정협의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다음달 4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 입장문을 내어 “오늘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한다. 최상목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열릴 국정협의회엔 박 원내대표와 최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해 연금개편안,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우 의장은 마지막까지 불참을 만류했지만, 민주당 쪽이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의장실은 기자들에게 “오늘 국정협의회는 열리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마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전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헌재 결정문을 검토하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 권한대행 쪽은 그가 이날도 “미국 재무장관 화상 면담,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민생경제점검회의 주재, 국정협의회 준비로 바빴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검토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최 권한대행 쪽은 마 후보자가 이미 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국회 쪽 청구를 헌재가 각하한 점, 법에 결정 이행 기한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탄핵심판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복귀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라’고 압박하고, 정부 안에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 권한대행은 오는 4일 정례 국무회의 뒤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최 권한대행 쪽은 내부적으로 마 후보자 임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이날 ‘연금개혁과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국정협의회 불참을 결정한 것은, 이런 최 권한대행의 태도가 ‘선’을 넘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입법부·행정부 수장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헌법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모른 척하고 논의한다면 그보다 더 큰 하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정협의회에 참석하더라도 연금개편안 등 현안에서 정부·여당과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원내 관계자는 한겨레에 “가령 민주당은 국민연금 자동조절장치(경제 상황이나 인구 구조 변화에 연동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국민의힘은 그게 아니면 안된다고 하지 않느냐”며 “합의라는 게 여러 번 만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 정권을 바꾼 후 (연금개혁 등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최 권한대행이 하려 했던 머리발언엔 자동조정장치가 포함된 연금개혁안 처리, 주52시간 제외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모두 민주당이 반대하는 내용으로, 이날 국정협의회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았던 셈이다.

국정협의회 무산에 최 권한대행은 입장문을 내어 “당면한 민생문제 해결과 주력산업의 생존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국정협의회가 취소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또 “민생과 경제를 위해 여야정의 소통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그러한 논의의 장이 개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민생보다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권한대행의 결단과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어 “최상목 권한대행은 위헌적 상황과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말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속히 임명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국정협의회 참여 보류 입장을 재고하기 바란다. 추경만큼은 일체의 다른 사안을 결부하지 말고 추진하자고 거듭 호소한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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