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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탑승 호송차량이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일 출근시간 안양 인덕원에서 서울 안국역까지 차를 몰고 가면 얼마나 걸릴까? 경로는 단순하다. 과천을 통과해 우면동까지 간 뒤, 양재 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해 계속 직진하면 된다. 그러나 거쳐야 할 지점들이 막히기로는 모두 한 가닥씩 하는 곳이다. 309번 지방도 과천 구간, 양재 IC, 한남대교, 남산1호터널. 도저히 속도를 낼 곳이 없다. 내비게이션 모의주행을 돌려보면 대략 1시간 20분이 걸린다.

□ 그러나 이 구간을 단 25~27분(언론보도 기준)에 주파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헬기로? 아니다. 그는 러시아워에 차를 타고 30분도 안 걸려 그 막히는 26㎞를 이동한다. 바로 서울구치소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출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는 이동 중에도 철통 경호를 받는다. ‘VIP 교통통제’ 대원칙이 바로 VIP 차량은 절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멈추면 저격, 폭발물 투척, 다른 다량의 가해 등 위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 대통령을 이 속도로 출근시키려면 시민의 희생이 필요하다. 항상 녹색불이 들어와야 하고, 속도 확보를 위해 경찰관들이 근처 사거리에서부터 차량 흐름을 조절한다. 한남고가 아래에서 경찰이 이유 없이 차를 막는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물론 최상의 경호를 받아야 할 대통령에게, 평소 이 정도 ‘그린라이트’를 주는 것엔 불만은 없다. 그러나 직무정지 상태로 재판만 받는 사람이 굳이 출근시간에 도로를 막으며 다녀야 하는지엔 찬반이 갈릴 수 있다.

□ 그렇게 요란스럽게 이동해 놓고 갑자기 변론에 안 나가겠다며 복귀한 사례도 있었다. 그 무의미한 왕복 탓에 시민들은 두 번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민폐에 미안함이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계엄 전에도 대통령 출근이 늦으면 빈 차만 보냈다는 의혹이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선 특권을 자제하려는 절제와 겸양의 미덕을 찾긴 어렵다. 법에 명시된 권한이 있으면 무조건 100%(이번엔 100%도 넘었다) 쓸 수 있다는 권력의지뿐이다. 계엄 선포가 언제든 쓸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 주장하는 이유 역시, 그런 왜곡된 특권의식의 발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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